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탈출한 자금만 3조원이 넘는다. ‘국민 재테크’로 각광받던 ELS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 13일까지 ELS 시장에서 총 3조1487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7월에 5047억원, 8월에 1조7587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9월 들어서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까지 8853억원의 자금이 ELS 시장을 탈출했다. 순유입액은 월별 신규 상품 판매액에서 상환액을 빼서 구했다. 예를 들어 월간 신규 발행액이 3조원, 상환액이 4조원이면 1조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간주했다.
'국민 재테크' ELS, 전성시대 끝나나
'국민 재테크' ELS, 전성시대 끝나나
ELS 시장에서 3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ELS 시장에서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때 빠져나간 자금은 2조1530억원이다. 자금 순유출 규모 면에서 올해가 2013년을 능가한다.

증권사들은 ELS의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으로 올해 초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급락 사태를 꼽고 있다. 지난해 14,000선을 넘나들던 홍콩 H지수는 지난 2월 7500선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중 상당수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ELS가 손실구간에 들어서면 문제가 된 기초자산이 30~40%가량 올라야 약속된 원리금을 지급받는 식으로 계약조건이 바뀐다. 만기 때까지 지수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계약 시점 대비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을 떼인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홍콩 H지수 급락 사태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전체 자산에서 ELS 비중을 낮추고 있다”며 “하반기 들어 묵혀둔 ELS의 조기상환이 이어지면서 ELS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나온 신상품의 수익률이 예전만 못한 것도 ELS가 외면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감내해야 하는 위험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 등 다른 재태크 수단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 가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기대수익률은 연 7%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조건으로 발행된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연 5% 안팎까지 떨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