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듀얼카메라가 장착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7’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대만 렌즈업체인 라간정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만 주식중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삼성증권은 “고사양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가 늘수록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라간정밀의 성장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주식투자 유망기업 (7)] 라간정밀, 스마트폰 듀얼카메라 '최강자'…아이폰7 '눈' 책임지며 성장성 눈길
라간정밀은 1987년 세워진 세계 1위 광학렌즈 업체다. 글로벌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스캐너와 디지털카메라 렌즈도 만든다. 애플과 화웨이, 샤오미 등이 주요 고객이며 특히 애플의 아이폰 카메라 모듈의 60%가량을 라간정밀이 제조한다. ‘아이폰7’에도 라간정밀의 듀얼카메라가 탑재됐다. 공급 단가가 높은 듀얼렌즈 카메라가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후 대만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서만 주가가 68% 뛰었다. 9일 기준 종가는 3605대만달러(약 12만6280원)다.

사람의 눈처럼 좌우 양쪽에 별도의 렌즈를 장착한 듀얼렌즈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때 렌즈 특성에 맞춰 넓은 각도의 시야를 담을 수 있고 초점 조절과 깊이 등 섬세한 조작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도 고급 카메라처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라간정밀은 글로벌 렌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만큼 향후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 장착이 일반화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라간정밀의 내년 듀얼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34%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업계는 수년 안에 주요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 장착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LG전자 ‘G5’와 ‘V10’에 듀얼카메라가 들어갔다. 다음달 국내 출시될 아이폰7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도 꼽힌다. 미국 제프리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엔 전체 스마트폰 중 34%에 듀얼카메라가 탑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스마트폰 중 듀얼카메라 장착 비중은 0.4%였지만 올해는 4%로 늘었다.

듀얼렌즈를 제조하는 데 높은 설계 기술력이 필요해 이 분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라간정밀의 성장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칸타스와 중국 순우광학테크 등 경쟁사들이 따라붙고 있지만 자동화 공정과 기술력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애플로부터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받은 주요 아이폰 부품업체와는 달리 라간정밀은 이 같은 요구를 받지 않았다. 라간정밀의 렌즈 제조 기술이 뛰어나 다른 업체로 대체하기 어려워서라는 분석이다.

라간정밀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는 듀얼카메라가 장착된 ‘아이폰7’의 흥행 여부에 달렸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듀얼카메라 탑재 모델의 출하량 증가가 눈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듀얼렌즈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없진 않다. ‘아이폰7’의 듀얼카메라가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스마트폰에 듀얼렌즈를 장착하는 추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