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계 자산운용사인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 1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판매망과 고정 수요층이 탄탄한 국내 대형 운용사들을 제치고 순유입액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맥쿼리투신운용은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502억원의 고객 자금을 끌어모으며 국내 87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 1위를 차지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220억원을 유치하며 전체 2위를 달렸고 유경피에스자산운용(134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들어 7984억원이 빠져나가며 순유출액 1위를 기록했다.

맥쿼리투신운용은 2014년 11월 불법 채권 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1조6643억원에 달하던 펀드 수탁액은 제재 직후 8000억원대로 반토막났다. 맥쿼리투신운용이 인수한 옛 ING운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내부 규정상 기관 제재를 받은 곳에 자금을 맡기기 어려운 연기금 등의 자금이 90% 이상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맥쿼리투신운용의 부활은 주식형 펀드의 꾸준한 성과가 2년 이상 이어지며 시작됐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인 맥쿼리뉴그로쓰펀드는 지난해 21.0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수익률은 78.68%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대형주 장세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냈다. 거시경제 흐름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대형주 장세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소형주 펀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험 등 기관 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엔 저평가된 자동차 기업 주식을 담는 등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