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이 '수십억원대 소송을 당했다'는 허위공시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홈페이지에서 안내한 조업 선박 사진이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9년 5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원양어업 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은 섬유 회사인 중국고섬이 1천억원대 분식회계가 들통나면서 퇴출된 이후 유일하게 코스피 시장에 남아 있는 중국 기업이다.

12억 중국인이 생선 맛을 들이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2014년 말 1만4천150원까지 치솟았던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이후 경영 불안으로 2천45원까지 추락했고 현재는 거래가 중지됐다.

1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는 허위공시를 한 사실이 드러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지난 4월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74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고 공시했는데, 이 공시가 완전 허구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시 관련 자료가 허술한 것에 의심을 품은 거래소가 근거 서류를 내도록 했지만 답하지 않자 거래를 중단시키고 중국 법원을 통해 소송이 접수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거래소는 이달 15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이후 열흘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벌점 등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벌점에 따라 거래정지나 제재금 부과 등의 조처가 내려진다.

증권가 관계자는 "있지도 않은 소송을 당했다는 식의 거짓말 공시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 4월부터 거래가 묶인 주주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국 사무소도 없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공시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밝힌 경영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설상가상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박 사진이 포토샵으로 위조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척의 배를 여러 각도에서 찍고는 배의 번호만 바꿔 선박이 여러 대 있는 것처럼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여러 장의 사진에서 배가 정박한 장소나 모양새가 같다.

심지어 배경 구름이나 굴뚝 연기까지 한 장면을 찍은 것처럼 비슷해 보인다.

배에 적힌 숫자가 다른 점을 고려하면 같은 배를 찍은 사진을 실수로 잘못 올린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가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작년 12월 28일 취득했다고 공시한 '중과탐'(中科探) 666호와 674호의 사진을 포토샵을 이용해 겹쳐 보면 사물의 윤곽이 일치한다.

두 사진에서 다른 것은 선박에 적힌 숫자 666과 674밖에 없다.

분기 보고서에 적힌 중과탐호 한 척 가격은 4천600만위안(79억원)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올 1분기 보고서에서 작년 말 중과탐호 10척을 동시에 취득한 것을 비롯해 총 61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조업해 잡았다는 생선을 찍은 사진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생선 창고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1월 5일과 28일 올린 것이 앵글만 살짝 다를 뿐 피사체가 같기 때문이다.

창고에 작은 냉동 상어가 쌓여 있는 모습인데, 각도는 조금 다르지만 상어가 놓인 모습이 일치한다.

이 회사가 제기되지도 않은 소송을 지어내 허위로 공시한 것은 최대주주 장화리 대표가 헐값에 유상증자를 해서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씨는 2014년 경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넘겼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해 말 장씨를 상대로 24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해 장씨 지분을 20% 가까이 늘려줬다.

하지만 올해 초 장씨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채무 상환 등을 이유로 지분을 팔아버려 지분율이 1%대로 다시 낮아졌다.

의혹을 낳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원양자원은 파업 때문에 조업에 차질이 생겨 선박 건조 대금을 갚지 못한데 따른 지연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등의 공시를 늘어놨는데, 이것도 이제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보유하고 있다는 선박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1년에도 공개한 선박 사진의 포토샵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부인했었다.

장 대표의 배임 횡령 의혹도 제기되지만 중국 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밝혀질 길이 없다.

중국원양자원은 코스피에 상장됐지만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법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지 않아 소수주주권 보호장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회사의 다른 허위 공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의심만으론 조사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토샵을 활용한 사진자료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먼저 회사 측 입장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주주들이 선박의 등기까지는 확인했는데 배가 원양어선이다 보니 실물은 아직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