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기업 유독 싼 까닭은
올 들어 주가가 30% 넘게 오른 국내 철강업종 대장주 포스코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주가가 나란히 떨어진 일본 신일본제철과 중국 허베이철강의 PBR은 0.8배다. 올해 한국의 주요 업종 대표주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 미국의 주요 업종 대표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을 이끄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에너지업종의 간판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일 기준 삼성전자의 PBR은 1.2배였다.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애플(4.4배)이나 중국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용우소프트웨어(5.2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PBR은 0.6배로, 엔화 강세 부담으로 올 들어 20% 넘게 하락한 도요타(0.9배)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1위인 상하이자동차(1.2배)를 밑돌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정제마진 상승세를 타고 올해 20% 가까이 오른 SK이노베이션의 PBR(0.9배)도 1배가 안 된다. 미국 엑슨모빌(2.2배), 중국 페트로차이나(1.2배)와는 격차가 있다. 대형주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의 12개월 예상 PBR도 0.9배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간판 기업이 저평가받는 이유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꼽는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이익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국내 업종 대장주들은 ROE의 분자에 해당하는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정체된 반면 분모인 자본총계는 사내 유보금 증가로 커져 ROE 수치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ROE는 11.2%로 애플(46.2%)과 차이가 크다. 연간으로 보면 2013년 22.8%에서 2014년 15.06%, 지난해 11.16%로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의 ROE는 10%, 포스코는 3.5%, SK이노베이션은 5.2%로 도요타(13.4%), 신일본제철(5.7%), 엑슨모빌(9.4%) 등 해외 같은 업종 대장주에 비해 낮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