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보다 연 1%포인트 금리를 더 챙겨주는 저축은행 예금과 위안화예금 등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상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일임형 ISA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지난 14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IS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 간 특화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젠 특화전쟁…"우리집 ISA로 이사 오세요"
◆일임형 ISA는 ‘수수료 무료’

키움증권은 투자 위험에 따라 연 0.1~1.0%를 받는 일임형 ISA 수수료를 오는 6월3일 이전 가입자에 한해 1년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투자모델(포트폴리오) 구성과 인력, 전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호범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저금리 시대에 최대 연 1%인 수수료가 고객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출시 직전 수수료를 조정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무료 수수료 방침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연 7.0% 환매조건부채권(RP)을 30%까지 담는 일임형 ISA 상품도 내놓았다. 이를 원금 보장이 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섞은 ‘초저위험 ISA 포트폴리오’는 연 3% 초반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통상 연 1.5% 내외)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다. RP와 ELB는 채권과 같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판매사인 금융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전체 가입 고객(지난 17일 기준 58만6281명) 중 신탁형 ISA 가입자가 절대다수(99.4%)를 차지하는 만큼 신탁형 상품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탁형 ISA는 투자자가 계좌 안에 담을 상품을 직접 고르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증권은 신탁형 ISA 전용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6종을 내놓았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상품 수수료(기본수수료 연 0.1%)를 받지 않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ISA 출시 직전에 발행한 비슷한 조건의 ELS·DLS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더 높아 조건이 좋다”고 설명했다.

◆“발품 팔아 상품 비교해야”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중 처음으로 저축은행 예금상품(상품수수료 연 0.1%)을 신탁형 ISA에 편입했다. ISA에 담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연 2.3% 수준이다. NH투자증권도 중국 교통은행이 제공하는 ISA 전용 위안화 예금을 이달 말부터 판매한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은 ISA 전용 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상품을 각각 선보였다. 하나금융투자의 전용 ELB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으로 지수 등락률에 따라 연 5.0% 안팎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만기는 3개월이다. 유안타증권의 DLB는 연 2.3%의 수익률(1년 만기)을 제공한다. 별도 상품수수료는 없다.

고객 사이에선 판매사마다 다른 신탁형 ISA 상품 정보를 비교해 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탁형 ISA의 상품 내용이나 수익률 홍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신탁형 ISA는 지점을 방문해 상담받거나 계좌를 개설해야만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번거롭더라도 발품을 팔아 각 회사의 상품을 직접 비교해본 뒤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 ISA

절세형 만능통장. 투자자 본인이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신탁형 ISA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회사가 추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하는 일임형 ISA가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