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격전의 현장을 가다] 영국 하수관·프랑스 공항·호주 항만…쏟아지는 선진국 '민영화 매물'
최근 국부펀드와 연기금들이 눈독을 들이는 인프라 자산은 호주 트랜스그리드(송·배전 회사)처럼 선진국 정부가 소유·운영 중인 도로, 항만, 공항, 발전소, 전기 공급망들이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뒤 각국 정부가 재정 확보 차원에서 공공시설 및 국영기업 지분을 일부 팔거나 장기 임대하면서 이들 인프라가 글로벌 ‘큰손’들의 장기 투자처로 떠올랐다. 선진국 인프라는 신흥국 시장에 비해 계약 이행을 중시하고 정책 일관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기 때문에 1순위 투자처로 인기가 높다.

전 세계 큰손들이 올해 가장 유망하게 보는 시장은 호주다. 작년 한 해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수한 호주 공기업은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약세 등의 여파로 호주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각 주정부는 철도 도로 항만 등 기존 인프라 자산을 팔아 신규 개발 프로젝트에 수혈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이를 투자 기회로 여긴 카타르투자청(QIA),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퉈 호주로 몰려들고 있다. 캐나다 퀘벡투자신탁기금의 매키 톨 인프라 투자 부대표는 “더 이상 북미에서 이런 투자 기회를 찾기 힘들다”며 “글로벌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호주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런던 템스강에서 해안까지 하수관을 설치하는 65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템스 타이드웨이 터널 프로젝트’를 민간에 맡기기로 하고 입찰에 부쳤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투자은행(IB)시장에 나왔던 인프라 매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각국 글로벌 큰손들이 발빠르게 컨소시엄을 꾸려 뛰어들었고 42억유로(약 5조4624억원)를 써낸 독일 보험그룹 알리안츠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바잘게트’가 우선협상자로 결정됐다.

프랑스 2, 3위 공항인 니스 코트다쥐르공항(사진)과 리옹 생텍쥐페리공항도 매물로 나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민영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니스공항은 15억유로, 리옹공항은 9억유로 규모로 CPPIB, 온타리오교원연금(OTTP), 아부다비투자청(ADI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정부 소유 공항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고 있다. 도쿄 하네다공항과 신치토세공항 등은 토지만 정부가 소유하고 터미널과 빌딩, 운영권을 민간 투자자에게 넘겼다.

런던=좌동욱/도쿄=이현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