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전·현직 한국 대표가 수천억원대 불법 채권 판매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국내 영업 형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이 글로벌 은행의 해외 지점에서 이례적으로 범죄수익 환수 조치를 한 것도 이런 행위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채권부문 대표 박모씨와 전 골드만삭스은행 서울지점장 장모씨가 동시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은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을 국내에 팔았다는 혐의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채권을 국내 기관에 파는 행위는 증권사 등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기관만이 할 수 있다. 2012년 판매 당시 장씨는 은행 상품 영업팀 소속으로, 해당 상품을 판매할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6번의 채권 판매를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화 채권의 판매 주체는 골드만삭스증권이었지만 장모씨는 채권 판매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골드만삭스증권 홍콩 지점 소속이던 박씨는 장씨의 상급자로 관련 사안을 협의하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골드만삭스증권 대표에서 퇴직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장씨의 무인가 영업 행위에 대해서만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로 박씨의 혐의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의 사법 처리를 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무인가 영업 행위에 또다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IB들이 국내에서 불법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해 당국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는 모건스탠리은행 서울지점 직원이 무인가 투자 중개업을 한 혐의로, 2013년에는 스코틀랜드 계열 투자은행 RBS가 같은 이유로 약식기소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기업 채권(1MDB)을 불법 판매한 혐의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으나 사법 처리는 비켜갔다. 당시 금감원은 골드만삭스가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에 1MDB를 판매한 혐의로 경징계(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사법처리와 벌금 부과 조치를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다른 글로벌 은행에 대해서도 범죄 행위가 있다면 엄격하게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영업활동에서 대한민국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조화 채권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주식, 금리, 통화 등 기초 자산의 가격 변동에 연계하거나 신용도가 서로 다른 기초 자산을 구조화한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다양한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내놓은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이 대표적이다.

정소람/좌동욱/오형주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