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향 제한적일 것…불확실성 예의주시"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후 유로존에서 계속해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코앞의 중국이 한국 경제를 위협할 새로운 뇌관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증시 폭락과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스 사태가 한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탄탄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나빠지면서 코스피는 지난 4거래일 동안 91.12포인트나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2,100선까지 올랐던 지수가 2,010선으로 후퇴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좋더라도 대외적인 악재가 겹칠 경우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의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부정적 투자심리가 퍼져 나갈 경우 한국 실물 경제로의 전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 정부 "아직 직접 영향은 없어…불확실성은 계속 모니터링"

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19.93포인트(5.9%) 떨어진 3,507.19로 마감하며 폭락세를 이어갔다.

유동성 장세를 타고 1년 만에 150% 상승, 5,200선을 넘봤던 지수였다.

중국 당국이 연일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투자자 심리는 '패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잔뜩 얼어붙었다.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에도 폭락 장세가 진정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월 중순부터 중국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을 대외 불확실성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증시가 그간 많이 올랐다가 떨어지는 추세인데, 중국 당국이 내놓는 안정화 대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 불신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 폭락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아직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지연과 중국 증시불안으로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하지만 "발생 가능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부정적 투자심리 파급이 문제"

아직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증시 폭락이 중국 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지수가 급격히 조정받는 과정에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발생하면 투자심리뿐만 아니라 소비를 줄이게 돼 실물경제마저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도 과거보다는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주도 성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식이 반 토막 난 개인투자자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 전체 성장률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갑작스럽게 수요가 줄어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한국이 그렇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했다.

이근태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구조 변화로 가공무역용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 소비심리 부진으로 내수용 수출마저 줄어들면 우리 수출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만약 중국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부정적 투자심리가 번질 수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만 보면 부정적 심리 파급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급락세가 조만간 잦아들 것으로 보기도 했다.

중국 증시의 단기 급등은 경제나 기업성장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버블 붕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성장의 축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시키고, 금융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성장 둔화 속도를 늦추려 하는 과정에서 증시 급등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신흥국 금융위기와 달리 해외자본 유출입이 급변동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버블이 갑자기 꺼지면서 침체가 장기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자본조달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은 작더라도 안심해선 안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그리스와 달리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김동호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