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철수 테마주…지방선거 앞두고 '요동'
지난해 11월22일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가는 장중 7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전날 종가 7만700원과 비교하면 8.2%, 1주일 전인 15일 종가 5만9500원과 견주면 28.57%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는 장중 한때였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 종가에도 못 미치는 7만400원에 불과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의 급등락이 잦아지고 있다. 안 의원이 새로운 정치 행보를 할 때마다 테마주들의 주가가 널을 뛰는 패턴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 행보 따라 ‘들었다 놨다’

6일 상황도 지난해 11월22일과 똑같았다. 지난 주말 안 의원이 주축이 된 신당 창당 준비조직인 새정치추진위원회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관련주들이 일제히 요동쳤다.

장 초반에는 안 의원 관련주들의 위세가 등등했다. 거물급 인사의 추가 영입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주가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그런데 호재의 유효기간은 반나절이 채 못 됐다. 안랩은 장 초반 6만4800원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추가 상승 동력을 상실, 전 거래일보다 0.24% 하락한 6만2400원까지 밀렸다.

대표이사가 안랩 대표와 대학·대학원 동기로 알려진 다믈멀티미디어의 주가 움직임도 안랩과 비슷했다. 이 종목은 이날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오른 5740원까지 치솟았다가 장 막판 하락세로 반전, 전 거래일보다 0.73%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를 끝냈다. 오픈베이스(0.59%), 써니전자(0.88%), 미래산업(0.35%), 솔고바이오(1.24%) 등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다른 종목도 장 초반 급등했다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한 채 장을 마감했다. 장 막판까지 상승 동력을 유지한 종목은 안철수 테마주이면서 동시에 비트코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매커스(10.43%) 정도였다.

◆정치 테마주 열풍의 원인은

증권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으로 투자처가 궁해진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가치 급등과 실적 부진 우려 등으로 대형주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며 “개별 업종의 모멘텀과 종목별 테마 등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테마주 투자’의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적과 무관한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데다 하루 새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테마주의 매매행태를 중심으로 한 비이성적 주식 매매행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34개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계좌당 평균 20만원의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주의해야 할 종목군으로 정치인 테마주를 꼽고 있다. 비트코인주, 3차원(3D) 프린터주 등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낮은 신기술 테마주도 위험 목록에 올라 있다. 김 교수는 “테마주에는 자산가격에 거품을 조장하는 세력이 붙게 마련”이라며 “버블 조장 세력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감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