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구조조정] 증권사 M&A때 '인센티브 3종 세트'…덩치 키우기 지원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증권사 M&A 촉진안’의 핵심은 경영 부진에 빠진 증권사의 매각을 유도하고 이를 사려는 증권사엔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의 덩치를 키워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우리투자 동양 등 10여개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62개 증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증권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M&A 추진하면 IB 요건 완화

당장 16일 본입찰이 실시되는 1조원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작업이 증권사 M&A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동양증권도 조기 매각 인가를 받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아이엠투자 이트레이드 리딩투자 등 중형 증권사들의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증권사의 M&A가 제대로 추진되도록 투자은행(IB)이 될 수 있는 요건을 낮추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IB로 지정되려면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앞으로 5년 내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대형사를 M&A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2조5000억원만 넘으면 IB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서태종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IB 요건 완화는 대형사에 의미 있는 혜택”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IB는 KDB대우·삼성·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증권 등 5곳이다. 신한금융투자(자기자본 2조2000억원)와 미래에셋증권(2조1000억원) 등도 M&A를 하면 IB 요건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밖에 앞으로 3년 내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증권사를 M&A하면 연금저축신탁 업무가 허용된다. 또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증권사를 M&A를 하면 헤지펀드 운용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자기자본이 20% 이상 증가하는 M&A에 한해 이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연결회계기준으로 산정해 다른 증권사를 자회사로 인수할 때 출자금이 자본에서 전액 차감되지 않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적기시정조치 강화

경영이 부진한 증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기준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기존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150% 미만’ 기준이 유동성 문제에 대응하는 데 치중해 전반적인 경영 부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순손실 규모와 차입 비중으로 새 기준을 만들었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적자(적자액 합계가 자기자본 5% 미만 제외)가 발생하고 자기자본 대비 외부 차입 비중(레버리지 비율)이 900% 이상인 증권사는 신규 업무 진출 제한, 자본금 증자·감액 등의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다.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면 적자 기준에 상관없이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내려진다.

또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거나, 적자와 상관없이 레버리지 비율이 13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를 받게 된다. 이 경우 임원진 교체, 영업 일부 정지, 매각요구 등 고강도 조치가 이뤄진다.

현재 기준으로 적기시정조치에 걸리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다만 한화·SK·교보증권은 레버리지 비율이 지난해 기준 800%를 넘어 높은 편이다. 레버리지 비율이 700%대인 증권사도 7곳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채로 잡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증권사는 레버리지 비율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과 2013년 상반기에 적자를 낸 증권사는 한화·SK·현대·토러스투자·한맥·애플·비엔지·맥쿼리·다이와·BOS·바클레이즈·CIMB증권사 등 12곳이다.

■ 적기시정조치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조치. 금융회사의 자기자본 구성 비율 등 경영 상태를 기준으로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 등의 단계적인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경영개선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정지와 인수합병(M&A) 등 사실상 퇴출 조치가 이뤄진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