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기피 '풍선효과'…CP 발행 1년 새 20조 급증
국내 기업어음(CP) 발행잔액이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1년여 만에 순발행액이 20조원 가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산업위험이 높아진 회사채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올해도 기업들의 CP 발행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24일 금융권과 동양증권에 따르면 국내 CP 발행잔액(13일 기준)은 93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말에 비해 19조원가량 증가했다. 2008년 말 69조원에서 2009년 말 65조원으로 소폭 줄었던 CP 발행잔액은 2010년 말 73조원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88조원을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1년여 동안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만 19조원 이상 늘었다. 2010년 순발행액의 3배에 육박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연초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CP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재무상태표를 관리하기 위해 연말에 CP를 상환해 차입 규모를 줄인다. 연초가 되면 인위적으로 줄였던 CP 발행을 재개한다. 2008년 1월 순발행액은 1조3600억원, 2009년 1월 4조560억원이었다. 2010년 1월에는 예외적으로 1조3990억원 순상환을 나타냈으나 지난해 1월에는 또다시 3조4030억원 순발행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보름 만에 순발행액이 4조1300억원에 달했다.

CP 만기는 장기화되는 추세다. 전체 CP 중 6개월 이상 만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2008년 말 8.5%에서 2009년 말 14.9%로 확대된 후 2010년 말에는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에는 26.4%를 기록, 3년 새 3배 이상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은 CP 발행잔액 3조2000억원 중 1조6000억원의 만기가 1년 이상이다. 현대상선은 CP 발행잔액 4500억원의 만기가 전부 2년 이상이며 3년 이상 만기도 1500억원을 차지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CP 발행잔액 9200억원 전액의 만기가 1년 이상이다. 지난 18일 발행한 700억원의 만기도 모두 2년이다.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도 최장 3년 만기의 CP 발행잔액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행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데다 조달비용 절감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기업들이 CP 발행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이슈가 불거진 그룹 계열사들의 활용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 CP는 공시의무가 약하고 사모성격이 강하다는 특성 때문에 자금조달 사실을 굳이 외부로 알리지 않아도 된다.

최종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CP는 회사채에 비해 공시의무가 약해 ‘LIG건설 CP 사태’처럼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금상황을 잘 모른 채 투자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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