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잘 한다는 '쪽집게'도 1~2개월 후의 주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고 빠져 나오는 환상을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특히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공식아닌 공식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이 그러하듯 주식투자 역시 고해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돌발변수들이 수시로 터지며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어 매일 시세판을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의 마음고생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길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업종별 전망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발품을 팔아가며 기업정보를 분석해 보면 업황의 큰 흐름과 주요 업체별로 경쟁력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별한 종목들은 단기 파고에 휩쓸릴 수 있지만 장기로 갈수록 실적개선을 반영해 주가도 오르게 마련이라는 게 과거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로부터 '10년을 투자해도 좋을 주식' 후보들을 추천 받았다.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종목들로 선정되다보니 각 업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인정받는 기업들이 리스트를 휩쓸었다. 한정된 자원,친환경 중시,중산층 확대 등 향후 세계 경제를 좌우할 큰 흐름별로 관련 유망주들이 포함됐다.

◆글로벌 플레이어를 선점하라

올 들어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업종에서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구조조정의 위기를 이겨낸 승자가 어떤 프리미엄을 누리는지를 분명하게 경험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IT주 가운데 장기투자로 적격인 종목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LG전자 하이닉스 등이 꼽혔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사업 안정성,반도체 디스플레이 핸드폰 등 전 사업부문에 걸친 글로벌 경쟁력,지속적인 이익창출 능력 등이 단연 돋보인다. 특정 제품군에 한정돼 있지 않고 여러 사업구조가 균형을 갖추고 있어 IT 업종 내에서도 이익 변동성이 작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고 LG전자는 LCD(액정표시장치) TV 부문의 점유율 확대가 주목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테크윈은 보안 사업의 안정성에 신규 사업으로 부상 중인 로보틱스(robotics)의 성장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 중인 자동차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이 장기투자 유망주로 선정됐다. 정종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신흥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신제품 개발능력이 탁월하고 친환경 자동차 부문에서 성장성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이익이 가능하고 인도 등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봉형강류와 강판류 등 제품이 다양한 현대제철도 장기투자에 적합한 종목으로 선정됐다.

◆중국 관련주도 전망 좋아

장기 투자를 고려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세계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이 동시에 추천했고 신세계는 하나대투증권이 기대되는 중국 관련주로 소개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오리온,대신증권은 롯데쇼핑을 각각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의 씨를 뿌리고 있는 대표 주자라는 평가다. 이 회사의 중국법인은 2007년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위안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원화 기준으로 100% 각각 증가했다. 아직 회사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대에 불과하지만 2015년이면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중국에서 방문판매 허가를 얻게 되면 이익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리온은 내년 중국 광저우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남부지역에서 약진이 기대된다. 연평균 15%씩 빠르게 성장 중인 베트남 과자시장도 이 회사의 장기성장 동력이다.

◆안정적인 소비 관련주도 주목

10년을 내다보려면 꾸준하게 이익을 내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증권회사들은 KT&G LG생활건강 등 소비주,KT 등 통신주,KB금융 삼성화재 등 금융주를 추천했다. KT&G는 정기예금 수준을 넘는 배당수익률이 든든한데다 수출과 인삼사업부의 성장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운송업종에서 대한항공을 장기투자 유망주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광고대행 업계 1위로 미디어 산업 구조개편의 수혜가 기대되는 제일기획을 리스트에 올렸다. 에너지 관련주로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포함됐다.

이 밖에 삼성증권은 환경 관련주 가운데 구조적인 장기 성장이 가능한 종목으로 LS를 추천했다. 이 회사는 초고압 송전선 수요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전력기기 부문에서 수직 계열화된 자회사들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