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주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현 주가 수준이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이미 반영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반도체와 LCD 시장 전망이 좋다는 점도 외국인의 '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내년 D램 시장이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승자들의 잔치'가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고 LCD도 내년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코스피지수 상승에 더 큰 힘을 실어주려면 기관들의 매수세가 가세해야 하지만 펀드 환매 등으로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워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현 · 선물 7000억 넘게 매수

외국인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82억원을 순매수하고 지수선물도 6457억원어치 사들이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불러들여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지수는 17.99포인트(1.13%) 오른 1603.97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지난달 28일(1609.71) 이후 15거래일 만에 1600선을 회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까지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51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금액이 2553억원에 달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를 각각 507억원과 394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3,4위에 올리면서 반도체와 LCD에 대한 강한 선호를 나타냈다.

이날 삼성전자는 크레디리요네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수 주문 1~3위를 휩쓸었다. 삼성전자는 3.02% 뛴 75만원에 장을 마쳐 지난달 26일(75만3000원) 이후 처음으로 75만원대에 올랐다. 하이닉스는 1.90% 올랐고 LG디스플레이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내년 실적 개선 낙관적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반도체 현물가격이 1주일 전에 3달러(DDR3 기준)로 올해 고점을 찍고 2.9달러로 내려왔지만 2달러만 돼도 국내 업체들은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내년 실적 개선이 확실하다고 평가한 외국인이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채권단의 일부 지분 블록세일(대량 매각) 우려가 불거지자 기관은 연일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외국인은 이런 우려로 단기간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이 다음 달에 계절적 비수기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CD는 지난 9월 초부터 2개월 정도 진행된 주가 조정으로 가격 매력이 생긴 데다 업황이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팀장은 "전 세계 TV 생산업체들의 LCD 패널 재고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데다 내년에 LCD TV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자극돼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채용한 LCD 모니터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해 증시 주도주인 IT주에 대한 관심을 다시 키우는 것은 분명히 호재"라면서도 "지수가 좀 오르면 펀드 환매가 다시 강화될 우려로 기관이 힘을 낼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27일이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가 일어나는 연말 쇼핑 시즌의 시작인 '블랙 프라이데이'라서 미국 소비 회복이 IT주에 대한 매수세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