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들이 잇달아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자 은행주가 7거래일만에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국 CIT그룹의 파산 신청 등 또다시 불거진 금융위기 우려로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실적 호재와 저가매수세 유입 등 단기성 요인을 은행주의 강세 배경으로 분석했다. 앞으로의 투자전략은 단기매매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시장 상황과 4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연속

4일 오후 1시56분 현재 은행업종지수는 전날보다 4.29% 오른 331.46을 기록하며 7일만에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은행계 지주사들이 속한 금융업종 지수도 2.78% 상승 중이다. 종목별로는 외환은행이 7.81% 급등 중이고, 우리은행 부산은행 KB금융 신한지주 등도 2~3%의 강세다.

은행주의 이같은 강세는 전날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와 외환은행의 호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지주는 전날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이 49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4000억원 안팎을 뛰어넘은 '깜짝실적'이다. 외환은행도 같은 날 3분기에 전분기보다 77.3% 늘어난 42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달 23일 3분기 당기순이익이 23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2.1%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와 외환은행 등의 깜짝 실적 발표로 이날 은행주가 반등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 발표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멈췄다는 것을 시장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들의 올 4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이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조정으로 인한 저가매수세의 유입도 은행주 강세 요인으로 꼽혔다. 윤창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 호재와 더불어 그동안 은행주들의 조정을 기회로 반발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까지는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은행들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은행주에 대해서는 당분간 단기적 관점을 유지하라고 이야기했다.

이현주 연구원은 "은행 4분기 실적의 관건은 부실채권(NPL) 비율 조정에 의한 충당금 규모"라며 "아직까지는 은행들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11월 말까지는 단기매매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창배 연구원도 "은행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았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민감주인 은행주가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다.

윤 연구원은 "내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는 연말이 돼야 은행주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실적발표로 은행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으로 외환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가 됐고, 신한지주도 1.2배 밑으로 떨어졌다"며 "지금은 상승여력이 더 큰 상황이라 저가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