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우회상장한 기업들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보다 실적이 좋은 우량 장외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블루칩과 공모를 거친 신규 상장기업들에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한 코스닥기업 18개사 가운데 14개사가 우회상장 발표 후 주가(감자 주식분할 등을 감안한 수정주가 기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회상장주 상당수가 '대박'을 터뜨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4월 알루미늄 제조업체 나이스메탈과 합병 · 우회상장을 밝힌 상화마이크로(현 나이스메탈)의 경우 발표 이후 주가가 66%나 급락했다. 지난 2월 태양광 장외업체 유일엔시스가 우회상장한 이지에스(현 유일엔시스)도 50% 떨어졌다.

직상장을 추진하다가 방향을 바꿔 위고글로벌을 통해 우회상장한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4월 합병 발표 이후 44% 급락했다.

또 에이프로테크놀러지 엔티피아 동일철강 등의 주가도 우회상장 발표 이후 30~40% 떨어졌다.

반면 예림당과 모노솔라가 각각 우회상장 발표 후 90% 안팎의 급등세를 보여 체면을 살렸다. 지난 5월 메모리앤테스팅을 통해 코스닥에 들어온 미스터피자가 4개월 동안 52% 올랐고,디에이치티와 합병을 결의한 에스엘그린도 58% 오름세다.

인수 · 합병(M&A) 컨설팅기업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일부 우회상장주들이 선전하고 있을 뿐 대다수는 중소형주 외면현상 속에 힘을 못 쓰고 있다"며 "올해처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면 개별종목 장세보다는 대형주 장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우회상장주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회상장 요건이 강화되면서 직상장에 준하는 우량업체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올해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주목받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우회상장 발표 이전에 주가가 선반영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재료 노출 이후 주가 약세가 지속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2일 휴대폰 부품업체 우전과 합병 우회상장을 발표한 한단정보통신은 9월 들어 50% 가까이 급등하다가 재료 노출 이후 이틀 연속 급락했다.

한편으로는 기업 M&A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상장회사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내달 도입될 예정이어서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 클린화가 나타나면 기존 우회상장주들은 더 소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이 주된 우회상장의 통로여서 주가 급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다"며 "장외업체의 사업과 가치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물론이고 대상기업과 장외업체 간 합병비율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