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하반기 경영계획은 '위기 의식'과 '선제 대응'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노키아 소니 등 주요 경쟁회사들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삼성은 올 상반기 TV부문에서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했고,휴대폰 분야에선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 문턱에 도달했다. 그런 회사가 위기의식을 강조한 경영방침을 내놓은 건 지나친 '엄살'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삼성 내부의 위기감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연초에 비해 결코 그 강도가 낮지 않다. 해외경쟁사들이 하반기 글로벌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앞두고 '실지 회복'을 벼르고 있어서다. 상반기 경쟁사들은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전열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수익 극대화라는 통상의 경영목표를 우선 순위에서 미뤄놓은 것은 그만큼 시장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 같은 상황에서 매출목표를 대폭 늘려잡으로써 시장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1위 노키아의 반격과 맹렬한 기세로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LG전자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 2분기에 36.8%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9.5%)에 비해서는 2.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에 4.1%포인트 늘린 1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터치스크린폰과 쿼티(QWERTY) 키패드폰,스마트폰 등 삼성이 전략적으로 내놓은 고가의 휴대폰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게 주효했다.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 SA와 GfK에 따르면 2분기 서유럽과 북미를 합산한 선진국 시장 휴대폰 판매량은 총 8089만대였다. 삼성전자는 이 중 2220만대를 팔아 점유율(25.0%) 1위에 올랐다.

TV 부문에선 소니 마쓰시타 등 전통적인 강자 외에 중국계 미국 회사인 비지오의 시장 확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의 '잠룡(潛龍)'으로 불리는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북미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을 공략,삼성과 LG를 제치고 현지 시장 점유율 1위(21.6% · 출하량 기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제품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 하나만으로 불황기 시장을 질주한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 비지오와 경쟁해 점유율을 올리려면 지금보다 TV 가격을 30~40% 낮춰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조일훈/송형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