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직원들도 週 1~3차례 서울행… 고용창출 등 경제효과도 물거품
한국거래소(KRX) 부산 본사는 직원들 사이에 '군대'로 불린다. 부산에 있는 경영지원본부나 파생상품시장본부로 발령이 나면 2~3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거래소는 2005년 1월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가 통합되면서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지만 서울 지점 규모가 훨씬 큰 기형적인 조직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 본부인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가 서울에 있고 인원도 서울이 470명으로 부산(25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거래소가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배경은 199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권은 부산지역 표를 얻기 위해 선물거래소 유치를 공약했고 1999년 실행에 옮겼다. 기대와 달리 부산 선물거래소의 거래가 부진하자 부산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당시 급성장하던 증권거래소의 지수선물 시장을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증권거래소가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부산 민심을 받아들여 2004년부터 지수선물 시장을 부산 선물거래소로 이관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 이관을 앞둔 2003년 통합거래소 논의가 시작됐고 결국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맞물려 본사를 부산에 두는 조건으로 통합거래소가 출범했다.

거래소의 부산 이전에 따른 지역 발전 기대는 무척 높았다. 연간 5조원 이상의 자금이 신규 유입되고 고용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점차 물거품이 돼 가는 분위기다. 거래소는 파생상품 증거금 2500억원가량과 보유 현금 1800억원을 부산에 지점을 둔 은행에 예치하고 있지만 서울 대형 시중은행 본사가 운용하는 자금이 더 많아 자금 유입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거래소는 또 지난해 법인세 약 500억원을 국가에 냈지만 부산에 낸 지방세는 29억원에 불과했다. 채용 인원도 지역과 상관없이 매년 10여명에 불과해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오히려 본사 이전에 따른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불만이 거래소 내부에서 들끓고 있다. 우선 부산에서 근무하는 부 · 팀장급은 업무상 매주 1~3차례 서울로 올라와야 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여비가 만만치 않다. 임직원의 연간 KTX(고속철도) 이용 횟수는 왕복 기준으로 연간 수천건에 달하고 있다. 실제 본사를 옮기기 전인 2004년 2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여행경비는 지난해 16억원으로 급증했다. 'KTX는 KRX가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거래소는 또 서울에서 내려온 직원 150여명의 주거를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대 자금을 쓰고 있다. 부산에 근무하는 한 부장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시간과 인건비 등 무형의 비용과 업무상 비효율까지 따지면 손실은 가늠하기 힘들다"며 "인사에서 인력의 전문성보다는 부산 근무연수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 거래소 팀장은 "올해 정부 공기업 평가에서 (한국거래소가) 방만 경영의 온상으로 지적됐지만 정치적 논리로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데 따른 경영 비효율을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며 "자본시장의 중심인 거래소에 경제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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