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증권사는 새내기처럼 참신하고 스마트한 맛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증권사를 똑같이 따라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차별된 전략으로 '강소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게 목표입니다."

작년 8월에 출범한 애플투자증권의 류근성(58) 사장은 1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허황된 차별화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간다는 게 류 사장의 목표다.

애플투자증권은 영업을 시작한 지 이제 9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 지점을 잇따라 개설하는 공격적인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명동지점을 개설했고 오는 26일 대구, 28일 대전 센터를 열 예정이다. 여의도 본사와 강남, 분당 센터, 부산 서면지점을 합해 총 7개의 지점을 확보하게 된다.

작년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권사 대부분이 지점 수를 줄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류근성 사장은 32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아 왔다. 대우증권에 재직할 당시 만 35세로 업계 최초로 지점장(인천지점)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 이후 투자분석부장, 사업본부장, 메리츠증권 전무, 동부증권 부사장을 거쳤다.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올해 전망이 어둡다고 봤을때, 류 사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도 2009년은 2008년말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직감했고, 지점 개설을 준비해왔다.

방식도 차별된다. 본사와 강남을 허브(hub)로 두고 나머지 지점은 주요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과 협력해 은행 내 증권 지점을 구축하는 이른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방식을 쓴 것.

류 사장은 "대형증권사 지점에 가면 막상 고객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에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가입하러 오는 고객들이 많고, 고객층도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고객을 끌어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포크 점포는 무엇보다 '저비용 고효율'이 장점이라고 류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보통 증권사 지점은 개설된지 1~2년 후에야 손익분기점 넘는데, 부산 서면센터의 경우 개점 2달만에 이익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고 말했다.

이는 입소문을 타 다른 증권사에서도 문의 전화가 온다고 했다. 류 사장은 "하지만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는 없죠"라며 웃었다.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스포크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상 단계이고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점포도 그런 형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투자증권은 올 3월말로 첫 회계연도에 38억7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류 사장은 "작년 말 시장 상황이 어려웠지만 주주들에게 당초 설명한 범위 내의 적자가 나서 크게 조급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도 1억원 정도 적자를 냈지만 7월께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 사장은 "현재는 위탁수수료 수입과 신용융자 등 금융 수입이 수익의 대부분이지만 법인영업조직과 채권영업조직을 더 보강하면 수익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계획이 순조롭게만 흘러간다면 1년 후에는 연간 240억원의 영업수익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익원을 확대하기 위해 딜링 업무(증권사 고유 자산을 운용하는 업무) 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류 대표는 "구주주를 상대로 7월초 증자하고 10월말에 대규모로 한 번 더 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10월 증자는 일반공모로 할 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비용 고효율'과 함께 류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맨파워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면 업계 최고의 연봉을 제시해 우수한 인력을 모아 이를 '제2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사원부터 부장까지 연봉이 업계 평균을 넘는다고 말했다.

"신규 증권사들은 조급한 마음에 영업에만 치중하기 쉽죠.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증권사일수록 사람을 키우고, 브랜드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 사장은 본점 영업장을 안내하며 기자에게 CI(기업 이미지) 디자인과 색깔이 어떠냐고 물었다. 파릇파릇한 녹색이 류 대표가 강조하는 참신함과 신선함이 드러나 있었다.

아직은 걸음을 막 떼기 시작했지만 언젠가 고객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증권사로 거듭나면 잘 익은 사과처럼 이미지 색을 붉은 색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 /사진=뉴스팀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