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하락.유럽은 상승..멕시코 증시 급락
경제전망 우려로 유가.구리.콩값 하락
달러.엔화 강세..멕시코 페소화 폭락


돼지 인플루엔자(SI) 확산이 세계 경제활동에 타격을 줘 경기 회복을 느리게 할 수 있다는 공포로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원유와 구리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등 국제 금융.상품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달러화와 엔화 등 안전한 통화에 수요가 몰려 이들 통화의 가치가 올랐다.

특히 돼지 인플루엔자의 진원지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멕시코는 페소화가 폭락하고 증시도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돼지 인플루엔자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 인플루엔자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으로도 번진 가운데 전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산될 경우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 교역과 여행의 위축으로 세계 경제를 흔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美증시 하락..유럽은 상승 = 2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51.29포인트(0.64%) 떨어진 8,025.00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88% 내린 1,679.41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1% 하락한 857.51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제너럴모터스(GM)가 자구책 시한인 6월1일에 앞서 파산을 피하기 위해 추가 감원과 딜러망 대거 축소, 채권단에 대한 출자전환 요구 등을 내용으로 한 강력한 자구책을 발표해 생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돼지 인플루엔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개장과 함께 다우지수는 1% 이상 떨어지면서 8,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유럽 주요 증시는 이날 돼지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큰 폭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오후들어 제약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 마감 직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0.36% 상승한 4,170.96,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지수는 0.44% 오른 4,695.04를 기록한 가운데 거래를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지수도 당초 2% 가까이 떨어졌다가
전거래일 대비 0.09%의 하락하는데 그쳤다.

댄스크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라스 크리스턴선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돼지 인플루엔자가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한다면 세계 증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세계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측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2003년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비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스는 6개월간 지속되면서 25개국에서 8천명의 감염자와 775명의 사망자를 냈었다.

◇ 멕시코 페소화.증시 폭락 = 돼지 인플루엔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멕시코의 페소화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오후 5시 현재 달러당 14.0505페소에 거래돼 그 가치가 5.1%나 떨어졌다.

작년 10월24일 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페소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5% 가치가 떨어지는 등 SI에 따른 경제.사회적 불안 때문에 주요 통화에 모두 약세를 보였다.

멕시코 증시의 볼사 주가지수는 미 동부시간 오후 4시5분 현재 21,827.11로 3.3%나 급락해 중남미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이날 2.04% 떨어지는 급락세를 나타내며 45,819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 유가.

구리값 하락..콩값도 급락 = 돼지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로 유가와 구리 등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돼지 사료에 쓰이는 콩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1.41달러(2.7%) 하락한 배럴당 50.14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28달러(2.5%) 하락한 배럴당 50.39 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이날 세계보건기구 관계자가 "돼지 인플루엔자가 북미 전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한 이후 한때 6.9%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돼지 인플루엔자 확산시 여행.항공 산업의 타격으로 석유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MFC 글로벌 투자경영의 칩 호지 전무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확산될 경우 석유 수요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1.9855달러로 3.1% 떨어졌다.

돼지 사료에 사용되는 콩 가격은 수요 감소 우려로 두 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카고 거래소에서 7월물 콩 가격은 5.7% 하락해 부셀당 9.7525달러를 기록했다.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이날 1.7%까지 떨어져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한편 6월물 금값은 5.90달러(0.6%) 하락한 온스당 908.20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안전자산 달러.엔 강세 =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오후 4시 현재 유로당 1.3033달러에 거래돼 지난주보다 가치가 1.6% 올랐다.

일본 엔화는 유로화에 126.17엔으로 가치가 1.9% 올랐고 달러화에 대해서는 0.4% 상승했다.

유로화 약세는 유럽중앙은행(ECB)가 다음주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면도 있지만 SI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전망에 우려가 고개를 들어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린데 따른 것도 그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RBS증권의 북미 외환전략 책임자는 돼지 인플루엔자로 안전한 통화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재는 진원지인 멕시코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SI 사태가 악화할 경우 그 영향은 멕시코를 넘어 확산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