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3170억원어치 처분 … 코스피 24P 하락
연기금 모처럼 1천억 넘게 순매수 낙폭 줄여

외국인이 사흘째 주식을 내다 팔면서 증시의 수급이 꼬이고 있다. 연기금이 지수 방어에 나서고 개인 매수세가 가세하고 있지만 주가 낙폭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데 따른 매물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4.21포인트(2.05%) 떨어진 1156.75로 하락,엿새 만에 1150선으로 주저앉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594조원으로 닷새 만에 6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기대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증시 상황과 연동된 매매 패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증시가 하락할 경우 외국인 매물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적으로도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데다 연기금의 매수 여력도 충분치 않아 앞으로 수급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들어 나흘 순매수 뒤 사흘 순매도


연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 2일부터 나흘간 1조3300억원어치를 순매수, 나흘 연속 상승장을 이끌며 코스피지수를 103포인트(9.22%)나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순매도로 전환, 사흘간 3170억원어치를 순매도하자 코스피지수도 사흘 연속 떨어져 연초 지수대(1250선)로 돌아갔다. 이날도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오전장에는 117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선방하는 듯했지만 순매도로 기울자 지수는 맥없이 흘러내렸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 매매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는 70%로 높아졌다"며 "외국인 매도가 증시 하락으로 직결되는 구도"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미 증시 상황과 연동되는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미 증시에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며 "순매도 전환은 미 증시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다우지수가 최악의 경기지표로 인해 작년 12월 이후 세 차례 도전한 9000선 회복에 또다시 실패하며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주식 배분 전략의 변경에 따라 일단 한국 내 주식 비중을 늘렸지만 점차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임 팀장은 "글로벌 41개 주요 지수 중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2번째, 코스피지수는 9번째로 높은 수익률이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넘으면서 선진시장이나 이머징시장 대비 주가 수준에서 매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연기금이 증시안전판

수급에서 연기금이나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큰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워보인다. 연기금은 1024억원어치를 순매수, 작년 12월29일 이후 처음으로 순매수 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다. 임 팀장은 "국민연금이 올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한 상황이어서 시장 안전판 정도의 역할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은 최근 일고 있는 주식형펀드 환매가 부담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일과 8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각각 2378억원,1735억원이 순유출돼 지수가 오르자 환매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김 팀장은 "투신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를 내려도 머니마켓펀드(MMF)규모만 늘어날 뿐 주식쪽으로 자금이 물꼬를 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나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1200선 안착에 실패한 데 따른 실망 매물도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신은 이날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468억원)를 제외하고도 11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