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개의 행동 제약…증시 속설
"연초 낙관론 지나친 감 있어"

주식시장이라는 `개'가 경제라는 `주인'을 너무 앞질러 간 것일까.

8일 국내 증시가 전날 뉴욕증시의 급락 소식에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연초 증시의 반등세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춰볼 때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신중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경제와 증시는 산책 나온 주인과 개'라는 오랜 증시 속설을 인용하며 이 같은 신중론을 폈다.

산책 나온 주인과 함께 가는 개는 주인을 앞서 가다가도 주인에게 되돌아오고 주인보다 뒤처지면 곧바로 주인을 쫓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증시와 경제의 관계도 이와 같아 때론 주가가 경제 펀더멘털을 앞서 가파르게 반등하기도 하지만 경제지표의 호전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주가는 다시 주저앉고 만다.

연초 증시가 강한 반등세를 연출한 것은 경제 펀더멘털의 호전에 대한 강한 기대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국내의 `녹색뉴딜' 부양책, 원.달러 환율의 안정 등은 금융과 실물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낙폭이 가장 컸던 건설, 조선, 철강, 은행 등의 반등폭이 가장 컸던 것도 이들 업종이 경기회복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증시라는 `개'의 행동 범위를 제약하는 경제라는 `주인'이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로 좋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지적한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은 작년 12월에만 69만3천명이 줄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1년간 발생한 실직자 수는 총 240만 명에 달하며, 올해 실업률은 15년 만에 최고치인 7%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업과 소비침체, 기업 이익의 감소라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회복 시점은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으며 증시 반등 또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진호 애널리스트는 "증시나 원자재 가격, 원화가치 등 반등이 지속되면서 지나친 낙관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낙관론의 근거가 될 경제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증시라는 `개'는 경제라는 `주인'의 행동 범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고 항상 경제 펀더멘털의 회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