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한 달 반 만에 9조원을 넘어섰고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이틀 새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 주말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도 지난달 말보다 2배 정도 증가한 8조원에 육박,시장이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면서 글로벌 증시가 지난 주말 일제히 상승하는 등 외부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로 낙폭이 컸던 금융주와 외국인 대차거래가 많은 대형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시 자금 유입 활발

21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는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18일 전날보다 2759억원 늘어난 9조2706억원으로 집계돼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9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심리 되살아난다 …예탁금 9조 회복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가가 급락했던 16일 9932억원이 빠져나갔던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재투자분 제외)에 다음날인 17일 1조3989억원이 새로 유입된 데 이어 18일에도 5860억원이 들어왔다. 이틀간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흘러들어온 것이다.

거래대금도 크게 늘어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주말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7조9576억원으로 전날(5조8470억원)보다 2조원 이상 증가했다. 3조원 아래로 내려갔던 지난달 25일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쇼트커버링' 주목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금융위기 진정을 위해 연일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투자심리 회복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 정부의 금융회사 부실채권 인수 소식에 힘입어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등,주초 증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 들어 무기력한 급락세를 지속해 왔던 중국과 홍콩 증시가 중국 정부의 시장 부양책 효과로 반등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가 지난 주말의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금융주와 함께 외국인이 공매주 주식 상환을 위해 쇼트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에 나서고 있는 대형주가 장세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많다.

조재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금융위기 진정에 나서면서 글로벌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그동안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금융주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상승할수록 외국인의 쇼트커버링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면 그동안 공매도에 주력했던 외국인이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쇼트커버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지난달 이후 대차 물량이 크게 증가한 STX팬오션 삼성중공업 국민은행 LG전자 등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 7월 금융주에 대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한 이후 필라델피아 은행지수가 36% 상승하는 등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