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일제히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이 사내.외이사로 거물급 전직 관료들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말에 끝난 2007회계연도(2007.4~2008.3)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한편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 등을 통해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증권업계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에 비해 저명 인사들을 많이 끌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하며 전문성이 부족한 전직 관료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4일 국내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에 따르면 각사들은 정기주총에서 장차관급 관료 출신들을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사임한 장승우 전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으로 윤 전 장관을 내정했다.

현대증권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차관급)을 지낸 최경수 계명대 경영대학 교수를 대표이사로 영입, 이번 주총에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동양종금증권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며 대신증권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 한화증권은 김종민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또 키움증권이 오영호 전 산자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후보로 추천하고 미래에셋증권이 강충식 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을 상근 감사로 내정하는 등 증권사들은 대체로 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맥락에서 증권사들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원 출신들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SK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상근 감사로 각각 김성수 전 증권감독국 자본시장감독실장, 백수현 전 증권검사1국장을 내세웠으며 한화증권은 하위진 전 조사2국 부국장을 상근 감사로 내정했다.

D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번 주총 시즌에 거물급 관료들을 대거 모실 수 있었다"며 "회사 입장에선 저명 인사를 영입하면 기업이미지나 투명성 제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의 추천을 받은 일부 관료 출신들은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영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고현실 기자 hojun@yna.co.kr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