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날이다.

1월 한달간 코스피 지수는 전월 대비 16%(30일 종가 기준) 가량 빠졌다. 월간 기준으로 대세 상승이 시작됐던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증시 변동성은 커졌고,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견디기 힘들었던 1월의 혹한은 2008년 주식시장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경고하는 듯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연간 지수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고, 투자전략을 짜는데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당장 희망을 가질만한 부분은 적어도 2월엔 1월보다 상황이 나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단번에 쉽사리 해결될 문제였다면 글로벌 금융 시장이 이렇게 휘청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신증권은 "美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 이미 노출된 변수이긴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조정 분위기를 쇄신할 만한 모멘텀이 부각되기 어렵다"면서 "2월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SM 제조업 지수가 기준선을 하회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 확장 국면이 종료됐음이 확인되고 있고, 실업률과 소매매출 부진으로 그간 미국의 경제 성장을 지지해주었던 근거들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지표들을 통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하지만 미국 증시가 기술적으로 단기 저점에 근접하고 있고,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조정국면 속 짧은 반등은 가능하다.

단기 가격 조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반등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국증권 임정현 연구원은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발생할 경우 매물벽 상으로 1450~1500선 부근까지 후퇴해야 상당한 지지력과 함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1월 급락으로 단기 가격 조정은 거의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월 추가 하락하더라도 낙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며 단기 급락에 따른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다만 반등폭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자라면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매매 대상을 압축해 짧게 매매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우증권도 2월 증시가 지속적으로 큰 변동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제한적이긴 하지만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연일 곤두박질쳤던 美 금융주들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데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점점 커지고 있어 미국 증시도 2월엔 다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증권사의 판단이다.

미국 증시가 안정되면 외국인들이 덜 팔게 되고, 수급 개선은 국내 증시 반등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한편 대표적인 보수론자 중 하나였던 NH투자증권은 이날 추종적인 약세론에 경계감을 나타내며 2월 증시에 대한 투자관점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올렸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1월 경기 및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 등을 이유로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비중축소로 하향한 바 있다.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1월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빠지자 경계심을 가졌던 사람이든 긍정적 시각을 가졌던 사람이든 추종적 약세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그러나 악재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 반영됐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급한 불은 대충 지나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화를 기대할 국면에서 사그라드는 불길에 기름을 부을 이유는 없다며 추종적인 약세론이 막연한 강세론보다 더 위험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2월 중 코스피 지수가 가격 조정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저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

한편 전날 패닉에 가까운 투매 양상을 보였던 시장이 31일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소극적이던 기관이 조금씩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설 연휴가 끼어 있어 그렇지 않아도 짧게 느껴질 2월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길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