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하반기부터 펀드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미래에셋은 이와 함께 오는 5∼6월께 영국 런던에 자산운용사를 세우는 데 이어 베트남 중국 미국 일본 등에도 증권사와 운용사를 설립,펀드 판매를 시작하는 등 '해외경영'에 가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18일 홍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의 자산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현지에서 미래에셋의 펀드를 팔 생각"이라며 "'펀드 수출'의 출발지는 홍콩이며 지난 1월 출범한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을 통해 연말까지 현지에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펀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형펀드를 포함해 인도·중국·베트남펀드,아시아소비재펀드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10여개의 펀드를 조세피난지인 룩셈부르크에 설정,국내 상품과 동일한 '미러펀드'로 만들어 홍콩에서 판매할 방침이다.

현재 주식매매업무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상반기 중 수익증권판매 라이선스를 확보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매입한 중국 상하이의 31층 건물 공사가 내년 3월 마무리되면 가칭 '글로벌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설치해 해외 펀드 판매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에 이어 런던과 미국 LA 등지에서도 미래에셋의 펀드를 현지인에게 판매할 것이며 미래에셋증권 해외 법인은 펀드 판매와 자산 관리에 특화해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국 일본 등 현지 운용사에서 만든 선진시장 펀드를 기존의 아시아 신흥시장 상품과 결합하는 등 글로벌상품 부문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지분 구조가 상당히 복잡해 난감하다"며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미래에셋 내부에 설치된 투자전략위원회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동아제약 지분 8.42%를 갖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조정과 관련,박 회장은 "세계 증시가 긴밀히 연관돼 있어 선진국과 이머징시장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선진시장은 안전하고 신흥시장은 위험하다는 것은 편견이며 얼마나 좋은 주식을 펀드에 편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해외펀드 열풍에 대해서도 "분산투자 차원에서는 옳지만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해가면서 무작정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 파는데 이는 대단히 우려되는 현상"이라며 "2∼3년 후를 볼 것이 아니라 '노후에 대비해 펀드에 가입한다'는 생각으로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증권사가 해외에서 경쟁하려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지금보다 규모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며 "현재 규모로는 해외 대형사에 먹히기 딱 좋은 상황이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존재하는지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금융은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올해 운용 증권 보험 등 미래에셋그룹에서 100여명의 인턴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대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 교환학생제도와 글로벌 인재프로그램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콩=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