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정도영씨(가명·47)는 지난해 말 중학교 1학년 딸을 아내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의 한국 유학생 밀집 지역인 핀치로 조기 유학을 보냈다.

당시 정씨는 영어권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 두 곳을 놓고 고심했으나 그나마 비용이 덜 드는 캐나다를 선택했다.

정씨는 그러나 요즘 유학비용을 송금할 때마다 후회를 한다.

원화가 초강세여서 미국에 자녀를 유학보낸 친구는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신이 나 있는데 자신이 캐나다에 보내기 위해 환전하는 규모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강세로 '기러기 아빠'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자녀들이 공부하고 있는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기러기 아빠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면 캐나다와 호주 기러기 아빠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매달 현지 통화로 5000달러를 송금하는 미국 기러기 아빠가 원화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연초에는 509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471만원으로 38만원이나 줄었다.

이 기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절상폭이 약 7.5%에 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캐나다와 호주 기러기 아빠들의 부담은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5000캐나다달러를 송금하는 캐나다 기러기 아빠의 경우 원화 지출 금액이 연초에는 438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423만원으로 고작 15만원 줄었다.

호주 기러기 아빠도 374만원에서 361만원으로 13만원 감소했다.

영국 기러기 아빠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각국 통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절상폭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절상폭은 연초 대비 약 7.5%에 달하지만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화에 대한 원화절상폭은 각각 3.6%와 3.5%에 불과하다.

영국 파운드화는 0.4%다.

미국 달러화가 모든 통화에 약세인 '글로벌 달러 약세' 탓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캐나다 달러화,호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미국 달러화를 매개로 결정지어지는데 올 들어 두 나라 통화 역시 미국 달러화에 대해 4% 넘게 절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국가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환율 절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올 들어 통화절상폭이 비교적 컸다.

호주는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통화가치가 오른 경우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