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코스닥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찾지 못하게 된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은 벤처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거품이 빠지고 코스닥 등록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장외기업 주식은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하루 수백억원어치의 벤처기업 주식이 거래되던 서울 명동 장외시장은 거래가 끊긴지 오래다. 급기야 투자자가 펀드 환매를 요청해도 장외기업 주식을 현금화할 방법이 사라지자 투신사가 환매를 연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프리코스닥펀드의 실패 현대 한국 대한 삼성 등 주요 투신사들은 지난 99∼2000년에 벤처 투자 열기에 편승, 집중적으로 코스닥펀드를 설정했다. 이 중에는 펀드 자산의 일부를 장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면서 이름에서부터 아예 '프리코스닥펀드'라고 표방한 펀드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장외기업이 등록이 안 되면 펀드가 투자했던 주식은 사실상 현금화가 어렵다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들 투신사의 프리코스닥펀드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금융감독원 등에 투신사당 많게는 10여건이 접수돼 있다. 투신사들은 프리코스닥펀드가 장외기업 주식의 현금화 실패로 환매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대체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환매를 연기해 왔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투신사 신뢰에 흠 투신업계 관계자는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추가입금과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이 아니라 폐쇄형으로 설정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한다. 미리 환매해 간 투자자와 현재 남아 있는 투자자들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리 환매한 투자자는 장외기업 주식이 장부가로 반영된 펀드의 기준가격대로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반면 남은 투자자들은 환매를 제약당할 뿐만 아니라 휴지조각이 돼 버린 장외기업 주식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투신사들이 펀드의 유동성 위기를 미리 알아채고 '단골 고객'에게만 미리 환매해 갈 것을 알렸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업계의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리코스닥펀드의 문제를 포함,전반적인 코스닥펀드의 실패는 투신사의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투신권 전체 코스닥펀드는 50개, 약 3천억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50%∼마이너스 20%로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 황폐화된 장외시장 지난 99년말 서울명동을 중심으로 한 장외주식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벤처기업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루 수백억원어치의 주식이 거래됐었다. 당시 장외주식중계회사를 운영하던 Y씨는 "법인 설립만 되면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이 돌아다녔고 물량은 항상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초부터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강원랜드가 코스닥에 등록된 것을 끝으로 장외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한다. 그 많던 중개업체도 대부분 간판을 내렸다. 현재 거래되는 종목은 삼성카드 삼성SDS 등 초대형주 몇개에 국한돼 있다. 거래물량도 몇년 전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하다. Y씨는 "몇백억원어치를 사모은 사채업자들의 돈이 상당수 묶인 것은 물론 쌈짓돈을 들고 왔던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대부분 허공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