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 증시는 뜨거웠다. 시장을 달군 것은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과 반도체가격이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은 시장의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미국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호전됐다. 달아 오른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반도체 가격이다. 반도체 값은 연중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말 폭등하며 DDR 값은 9달러선에 육박했다. 미국 금리와 DDR가 쌍끌이로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스권장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침체되고 있는 경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반도체가격은 이미 적정가격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향후 주가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미국 금리와 반도체의 쌍끌이 장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작년 8월 이후에만 5차례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지수는 10,000선을 깨고 밑으로 추락했다. 단기적으로는 약발을 받았지만 추세적인 상승세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금리정책의 효과가 최고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탓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각종 경제지표는 부동산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악화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그만큼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가는 금리인하후 단기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추세적인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선 경기 상황이 호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반도체는 이달 중순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팀장은 "개당 8달러인 적정가격을 웃돌고 있지만 수요업체가 재고축적을 위해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며 "공급물량이 일시에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나 가수요가 붙어 이달 초순까지는 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단풍장세 위험 크다 시장상황을 단풍장세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단풍은 붉고 화려하지만 곧 낙엽이 되고마는 것처럼 시장 주변에는 여러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각종 지표는 경기 회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금리인하는 미 FRB가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은 상승탄력으로 개당 1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상승을 할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우증권 정 팀장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상승탄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스권장세 될 듯 외국인은 이날 소폭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 외에는 큰 폭으로 사들인 종목도 없다. 프로그램매수가 지수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여전히 프로그램매매에 시장이 휘둘리며 체력보강이 안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선제적 조치라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기재료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며 "연말까지 630~720선의 박스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