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추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큰 코 다칠’ 공산이 큰 장세가 형성돼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무방향성에다 수급상황에 대한 파악이 간단치 않다. 시장 참가자들은 위아래 경직성을 띨만한 요인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11월 환율은 달러/엔 환율의 큰 그림 속에 편입된 채 바닥 확인과 추세 확보 과정을 밟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위아래로 열린 흐름이지만 제한요인이 상존,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앞선 10월엔 환율이 단기 급등락의 널뛰기 장세를 펼쳤다. 예기치 못한 수급상의 돌발 변수와 달러/엔의 방향성이 불확실한 탓에 시장은 일시 급등락을 거듭할 여지도 크다. 무엇보다 뉴욕 증시와 미국 경제회복, 금리인하, 미국 중간선거 등 달러화 변동과 연관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자신은 결여된 상태다. 특히 현대상선과 관련한 시중 물량 파악과 돌발 수급 상황은 무시못할 변수다. 시장은 일단 방향성을 예단하기보다 특정 레벨을 중심으로 상하한선을 책정하고 거래에 나설 모양새다. 추가 바닥 확인의 과정이 예상되지만 펀더멘털이나 제반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 1,200원 밑의 급락은 예상치 않고 있다. ◆ 1,200원 지지, 1,240원대 고점 인식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11월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08.75원, 고점은 1,242.81원으로 집계됐다. (※ 외환표: 은행권 딜러 월간환율 전망치) 지난 10월 장중 저점인 1,219.40원, 고점인 1,267.50원에서 각각 하향한 수준. 전반적으로 위아래가 제한된 움직임이 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9명이 ‘1,210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데 이어 5명의 딜러가 ‘1,200~1,205원’까지 내려설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1,220원을 하회, 바닥 확인이 진행되리란 견해가 우세했다. 소수로 2명이 ‘1,220원’이 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8명의 딜러가 ‘1,240원’을 상승의 한계로 보고 2명이 ‘1,230~1,235원’을 고점으로 지목, 1,230~1,240원의 매물벽을 인식했다. 나머지 6명의 딜러가 ‘1,250원’까지 고점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 10월 동향 = 지난달 환율은 요동을 쳤다. 앞선 달부터 하락추세를 벗어난 반등은 월 중반까지 연장돼 1,267.50원까지 다다랐다. 달러/엔 상승과 정유사 결제수요 등 매수세가 우세한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 그러나 달러/엔이 125엔대에서 추가 상승이 주춤하고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등과 손절매도세가 촉발, 환율은 상승 조정을 멈췄다. 한동안 1230원을 중심으로 한 매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된 환율은 급등락의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월말로 접어들면서 현대상선의 FDI자금을 둘러싼 논란 속에 추가 하락한 환율은 1,219.40원까지 밀린 뒤 1,220원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 바닥 확인 진행, 미국 경제 주시 = 시장은 일단 1,210원대에 대한 경계감을 표출했다. 몇 차례 1,220원 하향 돌파 시도는 저가매수 명분의 걸림돌에 막혔다. 연중 저점인 1,164원에서 1,267원까지의 반등 추세에서 다시 반락 조정의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가 단기적인 관심사. 환율 하락의 근거에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를 거닐면서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 지난주말 달러화는 유로화대비 한때 3개월만에 등가수준(1유로=1달러)을 넘어서고 엔화대비 8일째 약세로 마감했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은 5.7%로 당초 월가 예상치인 5.8%보다 약간 낮았으나 전달의 5.6%를 상회, 앞선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증가와 함께 고용지표의 악화를 입증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관리기구(ISM)지수도 48.5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처럼 최근 나온 경제지표는 미국의 급격한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3.1%에 그쳐 예상치를 밑돈 데다 4/4분기에는 1~2%까지 낮아지고 내년 1/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소비 위축에 따른 우려감이 짙다. 소비자신뢰지수가 9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지고 고용지표의 악화는 소비감소를 알리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의 대두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추가 금리인하는 달러화 자산에 대한 매력을 좀 더 떨어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달러/엔 바닥을 찾아라 = 그러나 달러화가 힘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달러/엔 환율의 바닥이 하방경직성을 가질 여지에 대한 근거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가 정쟁의 산고 끝에 발표한 디플레 대책은 시장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처리 및 산업재생기구 설치 등을 뼈대로 한 종합디플레 대책이 일본 경제의 회복을 담보하지 못하고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정책까지 가세, 엔화 강세요인도 불확실하다. 일본 정부의 엔화 강세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이에 가세한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바닥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120엔을 하회하는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로 120~121엔, 위로 124~125엔의 박스권이 예상되는 대목. ◆ 수급상황은 ‘오리무중’ = 달러/엔의 움직임에 곁눈질을 보내되 달러/원의 일시적인 등락은 수급상황에 달려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을 중심으로 큰 폭의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달 현대상선 물량과 관련, 시장의 혼선은 여전하다. 대규모 수급상황의 변동이 후행적으로 밝혀지는 시장 형태에도 불구, 판단의 근거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 누구 하나 명확하게 이를 밝혀내기 힘든 ‘안개정국’에서 11월 중순까지 현대상선의 13억달러는 시장 심리를 짓누를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출호조세 지속 등으로 달러공급 요인도 많다. 다만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 연말을 앞둔 자잘한 잠재수요 등이 이에 상충될 것으로 보인다. 1,220원 밑의 레벨 경계감도 한몫한다. 어쨌든 현대상선 물량관련, 처리방법과 시점을 놓고 막상 뚜껑이 확실하게 열릴 때까지 시장의 변동성 확대 여지는 남아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아래로 내려가는냐 아니면 타이트하게 박스권에서 제한되느냐를 놓고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며 “내려갈 때 조심스럽게 제한되나 반등도 3~4원에 묶어놓는 장세가 예상되며 수급상황의 크고 작음이 영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 약세 방향과 현대상선 물량으로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눈치 장세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