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데이트레이더,큰손 개인,기관투자가 할 것 없이 최근 들어 시장 참여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널뛰기를 반복하는 선물가격이다. 25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장중에 '사자'로 돌아서자 프로그램매수가 유발되면서 주가가 상승 반전했다. 전날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났었다. 이같은 '웩 더 독(wag the dog: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모습)' 현상이 되풀이되자 펀더멘털에 대한 분석과 논의마저 부질없는 일이 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선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정체와 이들의 전략은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궁금증은 날로 더해간다. ◆외국인의 정체=홍콩에 근거지를 둔 2∼3개 큰손이 지목되고 있다. 주로 거래하는 증권사는 메릴린치 JP모건증권 창구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1만계약을 매수한 바로 다음날 청산하는 등 최근 외국인 매매패턴을 감안하면 다수의 외국인이 참여해서 나온 결과로 볼 수 없으며 특정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세력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성수 피데스투자자문 이사는 "취약한 수급기반과 외국인 매수에 대한 기대심리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외국인 프리미엄'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헷갈리는 선물전략=외국인이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하지만 실제 선물시장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재훈 연구원은 "가격을 올리면서 사고 팔 때도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물매매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옵션 현물 등을 선물과 연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콜옵션을 매수한 다음 선물을 매수하고 다시 콜옵션을 매도하고 선물을 청산하는 전략이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 등 1∼2개 현물주식과 선물가격의 차익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해 이익을 챙기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추격매수는 금물='외국인 선물매수→선물가격 상승→베이시스 축소→매수차익거래 발생→지수상승'으로 연결되는 선물효과는 당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간 외국인이 선물을 5천계약 이상 순매수한 당일에는 주가가 올랐지만 다음날에는 거의 하락했다. 외국인 매매의 방향성이 없는 데다 프로그램매수 잔고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황재훈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지그재그 패턴을 지속하는 만큼 무작정 외국인을 뒤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매를 따라하더라도 장중에서 끝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큰손'과의 대결=선물시장에서 홍콩계 외국인을 상대하는 곳은 다름 아닌 개인들이다. 물론 1∼2계약씩 매매하는 일반 개인이 아니라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큰손'들이다. 최권욱 대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몇몇 개인들의 하루거래량이 전체 선물거래량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합해 외국인에 대항하지만 때로는 외국인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다수의 소액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