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증권거래 시스템을 통해 다른 투자자의 계좌를 도용,코스닥 등록기업인 델타정보통신 주식 5백만주를 몰래 빼돌린 대형 증권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증권사의 주식계좌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큰파문이 예상된다. 대우증권은 23일 신원미상의 투자자가 현대투신운용 주식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상에서 주식을 빼낸 사고가 발생됐다며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신원미상의 투자자는 이날 오전 9시18분께 현대투신운용 명의로 대우증권에 사이버 계좌를 등록했다. 10시4분께 델타정보통신 1백만주를 매수한데 이어 10시5분30초부터 1분30초 동안 5번의 매수주문을 통해 총 5백만주를 사들였다. 주식매수대금 없이 기관명의로 주식을 매수한 셈이다. 매수가격은 주당 5천원 이상으로 모두 2백50억원이 넘지만 매수대금은 결제하지 않았다. 대우증권은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금융감독원 검사국에도 사고발생 내용을 보고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증은 없지만 델타정보통신을 저가에 매집한 세력이 고가에 물량을 매도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계좌정보를 빼내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증권사의 고객계좌 관리에 큰 허점이 노출됐다. 계좌 정보는 계좌 개설자인 현대투신운용이나 계좌가 개설된 대우증권쪽에서 새나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우증권에서 계좌 정보가 누출됐다면 주식매매 체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사이버 공매도에 이은 결제불이행을 사전에 막지 못해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었다. 이와관련,대우증권 관계자는 "이중 삼중의 보안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고객정보가 해킹당하거나 사이버상에서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