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25일 미국 시장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의 향후 장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 기업들의 잇따른 회계부정이 앗아간 투자자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낙폭 과대에 대한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 증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의 눈치보기 장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빠르면 8월 중순 이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은 종합주가지수 700~800선의 등락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 미국 시장의 급격한 반등은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의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증시가 미국의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할 수 없기 때문에 연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증시가 확실한 바닥권이 확인되지 않은 한 우리 증시도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점을 중시해 종합주가지수 700선에서 분할 매수를 하고 800선에 근접하면 내다파는 기술적 매매에 국한할 것을 권한다. 미국 증시의 안정은 현지 주요기업의 실적이 마무리되면서 8월 중순 미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재무제표의 투명성을 보증하는 서약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면 어느정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때 반도체 가격이 회복된다면 확실한 전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달들어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매'를 늦추고 내수주를 사들이면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 증시에 전환점이 오면 삼성전자 위주로 다시 강한 매수세를 펼칠 것으로 본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 미국 증시가 급등했지만 이는 회계부정으로 불거진 투자자들의 신뢰상실 문제가 치유책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지 신뢰 자체가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 증시의 추가 급락은 잦아들 전망이지만 안정을 찾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경제의 회복 강도도 여전히 미약하기 때문에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성장을 견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통신관련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에 비중을 둬야할 것이며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이상 길게 내다보는 장기 투자자라면 현재 업종대표 우량주를 사둘 좋은 시점이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현금 보유가 바람직하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 미 증시의 폭등은 최근 낙폭과대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크다. 하루 오른 것을 보고 추세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거나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고 결론내리기는 힘들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역시 미 증시의 영향을 받아 오르고 있으나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다. 현 장세를 볼 때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바닥으로 굳어는 모습이다. 미 증시는 8월에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채산성의 악화는 수출단가의 상승과 물량 증가로 다소 완화될 것이다. 또 주식 배당수익률이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8월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3.4분기 종합주가지수는 800~850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700선이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시점이다. ◆대신증권 조용백 이사 미국 증시가 등락이 심해 예측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미 증시불안이 경제 펀더멘틀즈(기초여건)는 양호한 가운데 회계부정이라는 악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악재는 장기악재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악재로 과도한 하락이 이뤄졌기 때문에 적어도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보이다. 한국시장도 현재 미국시장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경우 한국 역시 펀더멘틀즈가 양호하고 기업실적이 좋으므로 곧 안정을 찾을 것이다. 길게는 3.4분기 후반이나 4.4분기에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을 강력한 지지선으로 800선에 도전하는 양상이 당분간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 본부장 미국시장 폭등은 단지 연일 하락에 대한 반발일 뿐 추세전환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펀더멘틀즈가 의심받고 있고 회계부정 사건도 어떤 측면에선 펀더가 부실하기 때문에 편법이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T기업의 거품이 가라앉은 이후 최근엔 미국 전통기업들의 거품이 해소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들의 회계부정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12월 결산이 끝나 모든 기업들의 상황이 드러나야 한다. 국내시장은 미국 시장과 완전히 독립되기 어려우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계속되는 것은 한국 IT기업들의 실적호조를 단기간의 특수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내년 1.4분기 정도에 이르러 미 기업의 12월 결산 결과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미국 정부의 투자로 IT산업이 살아나야만 증시도 상승 국면으로 전환 가능할 것이다. ◆JP모건증권 이건효 이사 미국증시가 올랐지만 현지에서도 바닥을 치고 상승했다는 확신이 없다. 따라서 내달까지는 미국 증시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고 국내 증시도 이에 동조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다음달까지는 종합주가지수가 700-800선에서 크게 오르내릴 수 있는 만큼 내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게 낫다. 만약 추가로 장이 급락할 경우 수출 관련주를 사두는게 바람직하다. 다만 9월 들어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회계부정 여파에서 벗어나 투자심리가 회복된다면 주식시장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이동경.정윤섭.신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