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등을 서두르는 바람에 증시 수급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정부가 선거 등 정치권을 의식,KT 우리금융 담배인삼공사 등의 민영화와 관련된 물량을 지난 5월부터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반등을 모색하는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뤄진 KT 민영화를 위한 주식 청약에 4조8천여억원의 시중자금이 흡수된 데 이어 지난달 31일 끝난 우리금융 청약에도 6천1백20억원 가량의 시중자금이 들어가 묶이게 됐다. 정부는 또 오는 21,22일 담배인삼공사 지분 19%를 국내 매각할 예정이어서 6천억원에 가까운 시중자금이 추가로 주식 공모에 빨려 들어갈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은 국민 등 7개 은행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 매각이 7일부터 가능해지고 2천2백92억원의 증자를 실시하는 데이콤 등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대거 예정돼 있어 수급구조가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물량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정부 보유 주식의 매각이 5,6월에 집중되면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민영화 관련 공모를 외면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끝난 우리금융 청약에서 기관투자가 배정 몫은 간신히 실권을 면할 정도로 기관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투자기관은 공공연히 담배인삼공사 주식 매각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투자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5,6월에만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정부 소유주식이 7조원 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마치 지난 1999∼2000년의 대세상승장 흐름이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유상증자로 인한 공급물량 부담으로 꺾였던 경험을 연상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과 해외 투자그룹들의 냉담한 반응 등을 이유로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조흥은행도 국내 매각을 먼저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 증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정부가 선거 등을 의식해 공기업 민영화와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 등을 상반기 내에 마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간에 집중된 물량 부담은 시장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정부 보유 주식의 시장 매각을 시기별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