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에 비해 원화 환율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 이른바 원화의 '엔 동조화' 고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한.일 양국의 경제 펀더멘털에서 차이가 커 원화가 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굿바이 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한달 보름새 1백원 가까이 급락했지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원.달러'보다는 '원.엔'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더한다. 원.엔 환율이 한 단계씩 내려갈 때마다 정부의 구두(口頭) 개입이 나왔다는 것이다. ◆ 왜 떨어지나 =원.달러 환율에 대해 정부는 어느 정도 하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전윤철 부총리가 속도조절성 발언을 몇차례 했지만 환율 수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원화 강세는 그동안 엔화 환율 하락이 주요인이었다. 최근엔 월말 기업들의 수출대금이 시장에 풀린 반면 외국인들이 주식매수에 소극적이어서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달러 수요도 크게 줄었다. ◆ 원.엔 환율을 주시하라 =재정경제부는 지난 17일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 때는 원.달러 환율이 1천2백65원대로 떨어지면서 원.엔 환율이 1백엔당 9백90원선을 위협받던 순간이다. 지난 20일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 27일 권태신 국제금융국장의 구두 개입 역시 1백엔당 9백90원을 밑돌 때 나왔다. 세 차례 구두 개입 타이밍이 모두 원.엔 환율의 하락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 직접 개입은 언제? =LG선물 황태연 딜러는 "정부가 원.엔 환율 9백80원을 저지선으로 삼는 것 같다"며 "이 시점에서 외환당국의 직접 시장 개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은 28일 장 중 한때 1백엔당 9백82원까지 떨어졌다가 국책은행과 국내외 은행들의 달러 매수로 9백90원대로 회복됐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 하락 속도와 폭 모두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공기업 달러 매입 △외채 조기상환 △환투기 조사.처벌 강화 △외평채 추가 발행 △한은 직접 개입 등 단계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승윤.유영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