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종합지수는 지난달 말 이래 급강하하며 가격조정을 거친 이후 기간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추세 전환 시점을 탐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는 성급한 예단보다는 확인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본격적인 조정을 불러온 해외증시 불안, 모멘텀 공백, 수급악화, 가격부담 등이 다소 해소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당분간 모멘텀 찾기와 수급논리가 적용되는 가운데 박스권을 형성할 전망이다. 밑변은 이달 들어 두 차례 확인한 종합지수 800선이 담당하고 20일선이 걸쳐 있는 870선이 상승 공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향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수급여건을 확인하면서 업종대표주, 실적주를 중심으로 박스권에 충실한 대응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급에서 펀더멘털로 = 시장에서는 이틀간의 상승으로 단기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UBS워버그증권 창구를 통한 대규모 매도 주문이 일단락되면서 급락에 대한 경계보다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심리가 발동한 점이 긍정적이다. 또 기관이 연기금 자금 등을 바탕으로 800선에서는 언제든 지수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외국인이 소폭이나마 매수우위로 돌아서며 수급개선을 도왔다. 증시는 이 같은 투자심리 호전과 수급 개선을 바탕으로 상승 분위기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증시 주변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박스권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이외의 모멘텀이 요구된다. 상승에 동기를 부여한 뉴욕증시 강세는 기술적 수준이어서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뉴욕증시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세를 가진 모멘텀으로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추세를 돌릴 수 있는 모멘텀인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경계감이 짙게 깔려 있어 부담이다. 원화강세, 고유가, 소비심리 둔화 등으로 펀더멘털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경제지표나 기업실적에서 뚜렷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종목별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결자해지하나 = 삼성전자가 큰 폭 튀어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주 UBS워버그증권의 투자등급 하향 충격으로 인한 하락분을 거의 만회할 만큼 반발력은 거셌다. 삼성전자는 가격메리트가 발생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13거래일만에 매수우위로 전환한 데다 뉴욕증시에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급증했다. 또 128메가SD램이 개당 2달러선에서 지지선을 구축하고 급락세가 진정되면서 상승탄력을 지원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이저업체가 최근 D램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투자심리를 달궜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2,500원, 6.71% 높은 3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합지수 상승폭의 대부분을 삼성전자가 차지한 셈이다. 최근 증시 조정은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이후 시작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급반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D램 가격 상승은 투매심리를 진정시키는 수준이고, 공급물량 제한을 합의해도 전통적인 비수기와 IT경기회복 지연 등을 감안하면 뚜렷한 상승 추세를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팀장은 "고정거래가격이 현물가격 대비 50% 이상 높게 형성돼 인하 압력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이달 말 분기 결산을 마이크론의 재고방출 우려 등으로 현물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