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로 접어든 서울 외환시장은 당분간 모멘텀을 찾아볼 수 없는 전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한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가져가기 위한 에너지 축적의 시간이 좀 더 연장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호전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수급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달러/엔 환율과의 연동성이 좀 더 누그러든 단계에 이르러서다. 4월이후 엔화 약세 예상에 따른 원화의 동반화가 일정부분 진행된 뒤 경제회복의 기운과 동행하는 계기를 마련, 원화 강세 기조로의 전환을 경험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경닷컴 취재팀이 외환딜러와 이코노미스트 19명을 대상으로 2/4분기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분기 저점 평균은 1,294.47원, 고점 평균은 1,336.84원으로 나타났다. 달러/엔의 향방에 따른 1,335원 이상의 연중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이를 변곡점으로 하향 곡선이 그려지는 패턴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시감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수출의 증가세 반전, 외국인직접투자(FDI)자금 유입,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외국인 주식투자 증가, 월드컵 개최에 따른 달러공급 확대 등 다양하게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요인들이 우세하다. ◆ 안정 하향 추세 = 시장은 2/4분기에는 원화의 절상이 가시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국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의 충족이다. 미국 및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라 한국 수출이 기지개를 펼치면서 4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수출 회복이 전반적인 경제 회복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심리는 환율 하락에 우호적으로 기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지난달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두단계 상향, 'A'등급으로 복귀한데다 S&P, 피치 등의 신용등급 상향도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신용등급 상향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확대와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차입비용 축소에 따른 달러 공급이 강화되는 요인이 된다. 다만 지난해 3월이후 수출이 부진했던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 요인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회복의 기운을 되찾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측면이 있다. 또 최근 유가 상승, 2/4분기 반도체경기가 비수기를 맞아 D램 가격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수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한편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가 함께 동반되면서 무역흑자의 일방적인 증가에는 무리가 있다. 경기회복과 펀더멘털의 호전을 배경으로 달러매도(숏)마인드는 점진적으로 강화될 만한 여지가 많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급상황이 전개돼야 실질적인 환율 하향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 ◆ 전반적인 공급 우위 = 수급상 명백한 '공급우위'로의 전환은 환율 하락을 위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수출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면서 업체 네고물량 공급이 커질 수 있다는 점과 환율 하락 기조가 뚜렷해지면 거주자 외화예금을 통해 보유물량을 덜어내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 지난 3월 환율 상승을 유도한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였던 외국인 주식순매도 역시 주가가 이달중 조정세를 보인이후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GM과의 대우자동차 매각 본계약 체결이 이달안에 이뤄질 것으로 채권단 관계자는 바라보고 있으며 매각가격은 20억달러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지난달 한보철강 매각협상도 이른 시일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고 하이닉스 반도체는 마이크론과의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처리방향을 확정하는 한편 현대투신은 협상단을 구성, 프루덴셜 등과의 협상을 재개키로 한 바 있다. 이같은 기업 구조조정 현안 문제의 해결에 따른 매각대금의 유입 가능성이 2/4분기내 가시화될 수 있다. 2/4분기중에는 KT의 정부지분 매각과 함께 조흥은행, 한미은행 등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도 예정돼 있다. 아울러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드컵 개최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은 국내 시장에 달러공급의 확대를 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관계자들은 2/4분기중 명백하게 공급우위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4월에는 유가 상승 추세 지속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정유사의 결제수요 증가, 외국인의 주식관련 배당금수요가 당분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중동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유가에 돌발변수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4월중에는 현재 박스권 수준인 1,300∼1,330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수급과 재료가 한 방향으로 가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환율 하락이 이뤄지면서 1,300원 아래로 내려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달러/엔 변수 = 3월말 일본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남에 따라 달러/엔 환율의 변동에 시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본국 송환을 위한 달러화 매도세가 마무리되고 오히려 외국 투자에 대한 증가로 달러/엔의 상승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달러당 120엔대로의 엔 강세를 원하지 않음을 확인한데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가능성도 여전,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달러/엔의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135엔을 테스트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고 있으나 140엔 이상으로의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엔의 상승세 유지에 따른 달러/원의 상승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달러/엔의 급등세가 달러/원을 전 고점인 1,335원 이상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정부가 2/4분기이후 정책목표를 어디에 둘 것 인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분기까지 수출 회복을 염두에 두고 일정부분 환율상승을 용인한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 물가불안이 불거지고 있음을 감안, 향후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쪽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