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수선물·옵션 만기 부담을 뚫고 연중 고점을 경신했다. 종합지수는 20개월여중 최고 수준에 올라섰고 코스닥지수는 사흘째 강세를 이었다. 12일 증시는 최근 코스닥으로 이동한 매수세가 다시 거래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지수가 급등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데다 지수선물·옵션·종목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사자'주문이 급증했다. 국내외 경제지표 호전과 기업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이 견고한 가운데 고객예탁금 증가,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 등으로 풍부한 유동성한 점을 감안할 때 만기 충격이 나타나더라도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시장에서는 매수차익잔고가 7,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사상 처음 맞는 트리플위칭데이로 인한 단기 충격에 대비, 거래소와 코스닥 구분없이 실적주 위주의 접근을 권하고 있다. 매수차익잔고가 상당 부분 롤오버된다고 하더라도 만기일 이후 곧바로 출회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지수관련주에 대한 저가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기관 선호 옐로칩이나 중소형주에 관심을 두라는 설명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9.01포인트, 2.30% 급등한 846.03에 거래를 마쳐, 지난 6일 기록한 연중 고점인 843.06을 살짝 넘어섰다. 지난 2000년 7월 10일 851.47 이래 최고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오전 한때 87선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차익 매물에 밀렸다. 장중 반락을 거쳐 강보합권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보다 0.06포인트, 0.07% 오른 86.60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별다른 재료가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팽팽한 심리전이 전개됐다.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둔 경계감과 국내외 증시 여건 호전을 받아들인 기대심리가 맞섰다. 혼조세를 보인 월요일 뉴욕증시나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앞둔 중동지역 긴장 고조, D램 가격 약세 등 악재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과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수급 악화를 초래,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기관이 장 후반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입하고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지수는 가파른 오름세를 그렸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 유통, 보험, 화학, 전기전자, 은행 등이 주도한 가운데 대부분 업종이 오름세를 보였다. 전기가스, 건설, 섬유의복 정도가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종목별로는 중가권 옐로칩 강세가 돋보였다. 삼성SDI가 긍정적인 실적 전망과 휴대폰 컬러LCD 개발을 재료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 삼성전기, 현대차, 신세계, LG전자 등이 급등했다. 삼성전자, 한국통신공사, SK텔레콤 등 장중 내내 약세권에 머물던 시가총액 최상위종목도 장 후반 강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지수관련주는 명암이 갈렸다. 씨엔씨엔터가 상한가를 채웠고 강원랜드, 기업은행, LG텔레콤, LG홈쇼핑 등이 상승했다. 반면 KTF, 국민카드, 하나로통신, 엔씨소프트 등은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강력한 매수주체로 떠오른 기관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870억원, 6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차익실현에 주력, 175억원, 368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닷새 연속 매도우위를 이으며 1,245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는 333억원 매수우위를 지켰다. 시장 관심이 집중된 프로그램 매매는 오전에는 매도가, 오후에는 매수가 앞섰다. 프로그램 매도는 1,726억원 출회됐고 매수는 1,218억원 유입됐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7,000억원이 넘는 매수차익잔고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저가 매수 심리가 확산돼 있어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수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선 만큼 만기일을 전후로 한차례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 분위기가 상승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종목별 대응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