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극매수(strong buy), 목표주가 53만원'' 지난 14일 증시에 날아온 미국 모건스탠리딘위터(MSDW)증권의 긴급 투자의견이다. 3일전인 지난 11일엔 CSFB가 52만원을 불렀다. 그 이틀전인 9일에는 골드만삭스가 42만원, ABN암로가 45만원을 제시했다. 마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두고 외국증권사간에 경매를 벌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올들어 외국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반도체경기가 불황의 터널을 막 통과했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2조2천억원. 그러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부문은 큰 손실을 냈다. 공급과잉이 직격탄을 날렸다. 반도체가격은 연초대비 90% 가량 하락했다. 1999년 40만원대를 뚫었던 주가는 지난해 12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12만원이라는 주가는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올해부터 반도체부문은 흑자로 전환된다. 반도체 현물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 3.4분기에 바닥을 쳤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엄청난 불황이 반도체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이다. 시장구조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과점체제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깊은 불황이 불러온 생존게임에서 경쟁업체들은 쓰러졌고, 살아남은 삼성전자는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됐다. 바로 시장의 가격결정권을 쥐게 된 것이다. 시장은 이제 수요자중심에서 공급자중심으로 전환됐다. "작년의 불황은 지난 80년대 인텔을 D램산업에서 퇴출시켰던 때보다 더한 불황이었고 이 결과 반도체산업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는 지적이다. 여기다 디지털TV 컬러휴대폰 등 PC에 국한돼 있던 D램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낙관적 전망을 갖게 만든다. 디지털TV가 본격 보급되고, 컬러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있다. 현재의 D램시장보다 훨씬 더 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다. 물론 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의 수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소수업체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지분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도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졌을 때 외국인의 지분율은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단기간에 주식을 팔 의향을 가진 외국인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유통물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주가가 한번 탄력받기 시작하면 큰 폭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현재 주가의 상승폭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시장이 D램 현물가격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휴대폰단말기 TFT-LCD 정보통신기기 가전 등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상호보완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독립적인 매출구조다. D램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다른 사업부문 역시 큰 폭의 이익을 내고 있다. 작년에 휴대폰으로만 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게다가 최근 TFT-LCD의 공급부족사태도 예견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상승속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다른 부문의 이익이 반영될 경우 주가의 상승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주로서 부족함이 없다"(대우증권 전 부장)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