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그래도 금 만한 게 없다…'골드바'에 몰리는 슈퍼리치 [이지효의 슈퍼리치 레시피]
[마켓PRO] 그래도 금 만한 게 없다…'골드바'에 몰리는 슈퍼리치 [이지효의 슈퍼리치 레시피]
금을 실물(골드바)로 사들이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이스라엘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나스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안전 자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서 금이 피난처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고액 자산가가 금에 투자하는 비중이 20%에 달했다. 부자 5명 중 1명은 금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 별로는 40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금을 활용한 투자에 나섰다.

고액 자산가들은 금을 투자할 때 84%가 골드바 등 실물 형태를 보유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외에도 금 통장,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10% 대로 금 투자에 활용됐다. 금 투자를 하고 있는 고액 자산가의 절반 이상은 향후 1년 이내에 추가로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 가격은 오름세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2322.30달러에 마감했다. 전날부터 2거래일째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12% 뛰었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상승세는 이제 본격화됐다"며 "단기적인 금 가격 조정은 '장기 투자 비중확대를 위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골드바를 선택하는 이유는 절세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골드바를 살 때는 부가세 10%와 매입량에 따라 5% 내외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만 매매차익에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금 통장은 물론 금 펀드, 금 ETF 등은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별도 등록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녀에게 상속, 증여하는 데도 유리하다. 한 은행사 PB는 "장기 투자로 상속세를 아끼려는 고액 자산가들은 금 실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골드바는 시중은행 등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콩알 모양 금이나 ‘초미니 골드바’를 재테크 개념으로 사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재작년 9월부터 전국 30개 점포에 순금 자판기를 도입했다. 지난 3월까지 금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80% 뛴 36억원 규모다. 금을 사들이기 시작한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금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금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2022년 1분기에 비해 소비량이 9% 증가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에 대해 "중국 가계의 주요 투자처였던 부동산이 여전히 위기에 처해있고,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중국인들이 금을 투자처로 삼았다"고 봤다.

골드바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금 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0.01g 단위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어서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구매하고 적립해 준다. 수시 입출금도 가능하다. 금 펀드와 금 ETF를 활용하는 간접투자 방법도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8일 기준 국내 12개 금펀드의 3개월, 6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15.30%, 14.89%다. 금 ETF를 통해서도 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값에 연동되는 ETF가 아닌 금 관련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상품의 경우 변동성이 더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