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 발표한 작년 4.4분기 실적은 반도체부문이 적자에서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반환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치상으론 3.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지만 내용면에서는 적자의 늪을 이미 탈출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문 실적도 시중의 기대치를 어느정도 충족하는 것이며 국내경제 전반에 긍정적 바로미터로 작용할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 사업전망을 반드시 `장밋빛''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변수가 갈수록 복잡하게 돌아가고 해외 시장환경도 낙관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 날개펴는 반도체 = 4.4분기 실적발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반도체부문의 실적개선. 반도체부문은 이 기간 2천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3.4분기(영업손실 3천800억원)보다 45% 가량 손실폭이 줄었다. D램값 상승기조가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12월 흑자로 전환, 10월과 11월 두달간의 손실을 어느정도 메운 것이다. 두달전인 11월6일 개당 1달러를 밑도는 ''센트권''의 바닥을 찍은 128메가 D램 현물시세는 16일 현재 고가기준으로 개당 4달러대로 회복됐다. 고정거래가도 개당 1달러 초반에서 2달러 중반으로 1달러 이상 올랐고 이달중 총원가(3.5달러 추정)돌파를시도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도 월간 생산량이 128메가 D램 환산기준으로 6천만∼7천만개(추정)에 달하는 삼성전자로서는 12월 한달간 6천만∼7천만 달러의 추가수익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채산성과 직결되는 고정거래가격이 12월초부터본격 인상돼 4.4분기중 흑자폭이 그리 크지 못했다"며 "그러나 올 1.4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고 자신했다. 4.4분기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의 선전도 한 몫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욱일승천''하는 휴대폰 =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정보통신 부문도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4.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8%늘어난 2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영업이익은 35.1% 늘어난 4천865억원을 기록했다. 4.4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분기(182억원)보다 늘어난 690억원을 기록하는데 적잖은 공을 올린 셈이다. 주목되는 점은 휴대폰의 비약적인 성장. 작년 한해 전체로 1조원 이상의 매출(생산량 2천800만대)을 기록한 것. 단일 품목으로 조(兆)단위를 넘는 것은 D램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다는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부가가치(High-end)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디지털미디어 부문과 생활가전은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4.4분기 실적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미디어 부문 매출은 2조5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수지가 29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생활가전 부문은 매출 7천470억원에 347억원의 영억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 사상 세번째 순익 = 삼성전자의 작년 한해 실적은 매출 32조원에 당기순이익2조9천억원. 매출 34조3천억원에 사상최대의 6조원 순익을 낸 2000년과 비교하면 외형은 초라한 셈이다. 그러나 사상최악의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세계 유수기업들조차 마이너스 손익구조로 돌아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게 삼성전자안팎의 평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사상최대 호황을 기록했던 2000년의 순익6조원과 99년의 3조원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높은 성적"이라며 "순익규모로 세계 제조업체 10위권에 든 것이 확실시된다"고 자신했다. `긴축경영'' 덕분에 작년 한해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부채비율이 2000년말66%에서 작년말 43%로 크게 줄어들었다. 4년전인 97년말의 부채비율 296%과 비교하?가히 상전벽해라고 볼 수 있다. 현금시재는 1조9천억원에서 무려 2조6천억원으로 최대의 `현금보유량''을 자랑하고 있다. 또 지난 3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무려 14조원을 기록, 반도체-정보통신-가전으로 이어지는 `황금분할''식 사업모델이 갖는 강점을 과시하고 있다. ◆ 올해 사업 순할할까 = D램 상승무드에 힘입은 반도체부문의 선전으로 올해 사업전망은 일단 낙관적이다. 가파른 `V자형''은 아니더라도 완만한 증가세의 ''U자형''성장은 가능하다는게 삼성전자측의 설명이다. D램은 물론 시스템 LSI, SOC, LDI 등비메모리사업도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TFT-LCD 가격도 1.4분기부터 본격적인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 부문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 부문도 견조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과 금리, 반도체가격 등의 올해 사업지표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올라가리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순항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증권가에 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경기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최근 D램가격 상승이 수요보다는 공급조절에 따른 측면이 커 추가 가격상승 가능성을 의문시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협상이나 대만과 일본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도 진척여하에 따라서는 삼성전자의 `독주시대''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반도체와 TFT-LCD시장이 갈수록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가 불규칙해지고 있는 점도 과거와는 또다른 `복병''으로 등장할 소지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