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힘차게 질주하며 2002년 새해를 열었다. 국내 경기회복 기대가 주변국에 비해 구체화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경험상 1월 효과를 의식하며 기관이 선취매수에 나서고 있어,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중장기 차원에서 경기뒷받침을 아직 보이지 못한 가운데 기관의 주식비중 확대가 다소 성급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일 2002년 첫 거래일을 맞아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연말에 비해 무려 31.25포인트, 4.50% 급등한 724.95로 마감, 지난 2000년 8월 29일 731.56 이래 16개월중 최고치를 세웠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91.70으로 5.00포인트, 5.77%나 급등했고, 종가 기준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 0.52의 콘탱고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종합지수 상승에 고무되며 74.47로 2.26포인트, 3.13% 급등세로 마감했다. 코스닥선물 3월물은 103.90으로 3.95포인트, 3.95% 상승했다. ◆ 종합지수 720선 돌파 = 이날 종합지수는 개장초 외국인 순매도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개인 위주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전환한 뒤 선물 강세를 동반한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폭을 넓혔다. 특히 하이닉스 반도체의 D램 사업부문 매각설에 반도체 D램 장기 계약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고 삼성전자 역시 공급가격 인상 협의 얘기도 나오자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의 매수세는 커졌고 외국인도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반면 개인은 오전중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하며 차익매물을 내놓는 신중함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30만원을 돌파하며 10.39% 급등한 30만8,000원을 기록했고 하이닉스는 2,780원으로 상한가에 올랐다. 아남반도체도 6,520원으로 상한가에 들었다. 이에 따라 주성엔지니어링, 신성이엔지, 미래산업, 디아이 등 반도체 재료 및 장비 관련 업체도 연달아 급등했다. 올해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펼쳐졌으나 상반기 내수 위주의 경기 회복 전망이 높아지면서 신세계, 현대백화점, 동양백화점, LG홈쇼핑, CJ39쇼핑 등 유통관련 업종이 큰 폭으로 올랐다. ◆ 기관의 매수 전환, 선물 강세·프로그램 매수 급증 =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로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통신, 한국전력, 국민은행, 신한지주, 현대차, 기아차 등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3%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스테인레스 공급가격 인하 소식에 약세를 보이다 간신히 보합세로 마쳤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가 8.81%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유통업과 의료정밀이 7% 이상 올랐다. 음식료, 종이목재, 전기가스, 운수창고 등이 4% 이상, 운수장비, 은행, 증권업종도 3% 이상 상승했다. 상승종목이 상한가 47개를 포함해 569개로 하락종목 219개를 크게 앞섰다. 하한가 종목은 없었고 55개 종목은 보합세였다. 거래량은 5억7,650만주로 늘었고, 거래대금은 3조2,120억원으로 지난 12월 13일 이래 3조원대를 회복했다. 투자주체별로 기관이 1,025억원을 순매수, 지난 27일 이래 사흘 연속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99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975억원을 순매도, 사흘째 매도초과를 보였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3,835계약을 순매수하면 지수를 급등시킨 가운데 선물 고평가에 따라 투신이 3,170계약을 순매도하며 대량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입시켰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1,930억원, 차익 760억원을 합해 모두 2,690억원에 달하며 대형주 위주의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매도는 비차익 1,580억원, 차익 250억원을 더해 1,830억원 수준이었다. ◆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 선반영 = 시장에서는 이날 상승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진단하면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주의 동향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무엇보다 지난 연말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에서 나타났다. 연말 휴가 등으로 시장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했으나 적어도 기관의 입장을 매수로 돌려놓는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중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비 4.9% 증가했다. 도소매 판매나 출하, 평균가동률 등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수출출하가 7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설비투자가 13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가 각각 석달째, 7개월째 상승, 국내 경기가 바닥을 찍는 것이 아니냐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형성된 셈이다. 물론 미국 경제가 올해 1% 미만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지속적인 수출감소가 언제 플러스로 돌아설 지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1,2월이 계절상 수입이 많은 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2/4분기 이후나 회복 여부가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말 산업자원부나 한국경영자총협의회의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국내 주요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 달러/엔도 131대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으나 상승추세가 꺾였다고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변 국가들이나 신흥시장 국가에 비해서는 국내 경제가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어도 1/4분기 중에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내수 중심의 경기회복이 진행될 것이고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비록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채권시장이 약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상반기 중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쪽으로 돌아서기는 힘겨워 보인다. 아울러 미국시장이 국내에 모멘텀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난 주 컨퍼런스보드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 개선이나 주택판매 등 소비쪽 경제지표가 여전히 나은 모습이다. 또 공급관리기구(ISM, 이전 NAPM)의 제조업지수도 기준점인 50선을 향해 나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 기관 매수관점 예상, 조급성은 경계해야 = 특히 투신권 등 기관의 입장에서는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여전히 낮다. 경기회복과 주가 상승 및 채권가격 하락 조짐, 증시주변자금의 유입 등을 고려할 때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 대형주는 실적호전이나 합병의 재료를 안은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 상승에 따른 유통물량 축소가 기관의 매수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 시장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국내 경기는 주변국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통물량이 적은 핵심우량주 편입 등 수급여건도 상승편향 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회복 속도나 탄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미국 시장의 제한적 흐름, 엔화 약세 추세 등까지 고려하면 이날 주가 상승폭이나 기관의 선취매 의욕이 너무 앞선다는 얘기다. 올해 종합지수에 대해 투자전략가들의 시각은 1,000선 이하, 600∼900선 정도의 레벨업 장세를 예측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론의 수준과 접점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이 전체적으로 주식편입을 높이려는 선취매 의욕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외 경기 등을 고려할 때 올 한해에 걸쳐 반영되야 할 부분이 한꺼번에 급반영된 듯한 느낌이어서 향후 수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