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적정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다소 보수적인 기준으로 외환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산업은행의 `적정 외환보유액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1천16억5천300만달러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수준을 두고 '과다하다'는 주장과 '1천억달러이상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쪽은 우리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과 외국인주식투자 자금의 이탈 가능성,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국가신인도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있다. 국내 외환.금융시장 참가자의 심리적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보유외환을 저금리로 운용함에 따른 기회비용, 외자도입에 대한 이자부담으로 인해 재정건전성 저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1천억달러 이상은 과다하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와 관련, 최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IMF는 경상거래, 환율제도, 단기외채규모, 금융시장의 건전성 등을 고려한 적정 외환보유액을 510억-560억달러(99년기준)로 추정했다. 적정 외환보유액의 지표는 다양하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에 대비, 3개월 수입액에 해당하는 300억-400억달러를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로 보기도 하지만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악화될 때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3개월분 수입액에 만기 1년이내의 단기외채를 합한 730억-740억달러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기도 한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출가능성도 고려할 경우 적정규모는 780억-880억달러로 늘어나며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날 때 국내 예금인출을 통한 환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적정규모는 1천400억-1천500억달러로 늘어난다. 산은은 외환보유고 적정수준에 대한 `황금률'은 없으며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여건과 금융시장의 불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과다' 주장의 근거가 되는 보유외환의 기회비용 문제는 자산구성에서수익이 발생되는 선진국 정부채권 등 유가증권의 보유비중을 높여나감으로써 대처가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진병태기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