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채권단 지원안의 주총통과 이후 하이닉스반도체의 자구계획 전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최근 D램 값과 주가의 동반상승 무드는 비반도체 부문의 자산매각에 적잖은 탄력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구계획의 또다른 핵심축인 반도체 설비매각은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입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내에서 돌연 외국업체와의 '빅딜론'까지 대두되면서 해법이 갈수록 어지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 비반도체 부문은 '순항' = 지난주 현대큐리텔 지분을 1천600억원에 팬텍과 KT B 컨소시엄에 매각한데 이어 자동차 전장품 회사인 현대오토넷 지분 78%(자구계획상 700억원)를 매각하는 협상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협상파트너로는 현대자동차 그룹과 미국계 금융사인 칼라힐그룹 등 2곳. 이중 현대차그룹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11월 정몽헌(MH) 현대 회장과 정몽구(MK)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간에 지분매각 합의가 있었던데다 현대차그룹도 중복투자 회피 차원에서 인수의사가 높다는게 하이닉스 주변의 분석이다. 프로야구단인 현대유니콘스 지분매각 협상도 시즌오프 기간을 맞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닉스 지분은 60%(300억원)로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을 중심으로 '범현대 관계사'가 공동출자해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LCD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통해 매각을 추진중인 STN-LCD 부문도 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다. LCD 전문업체인 반도체ENG와 중국계 기업이 합작한 컨소시엄쪽으로의 매각이 유력시되고 있다. 연말 또는 내년 1.4분기로 예정된 현대네트웍스(250억원).현대정보기술(700억원).온세통신(200억원).두루넷(200억원) 지분도 증시사정이 호전되면서 매각계획이 순조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 반도체 설비매각은 '오리무중' = 대(對)중국 매각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 매각협상은 어쩐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베이징의 수강(首鋼)그룹과 항조우의 반도체컨소시엄은 각각 지난달말과 지난주 하이닉스 국내 생산라인에 대해 실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나머지 상하이 컨소시엄은 아직까지방한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외견상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면에서 이렇다 할 '알맹이'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쪽은 당초 메모리 생산라인 인수를 희망했다가 협상과정에서 비메모리 생산라인쪽으로 관심을 돌려 메모리 설비매각에 주력해왔던 하이닉스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중국쪽으로 매각협상은 당분간 시간을 두고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반도체 핵심기술 이전에 대한 반도체업계의 경계심리도 하이닉스의 매각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오히려 아라리온을 중심으로 한 국내 주문형반도체(ASIC)협회 컨소시엄에 비메모리 라인을 매각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는 금주중 아라리온측과 NDA(Non Disclosure Agreement) 계약을 맺고 협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아라리온은 외자유치나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아라리온외에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인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LG전자는 "아예 관심이 없다(정병철 사장)"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비메모리 파운드리 전문기업인 동부전자가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은 단순히 설비매각 차원을 넘어 미국 마이크론 또는 독일인피니온과의 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하이닉스 구조조정의 틀 자체를 다시 짜려는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합병이 최선의 대안으로 볼 수 있고 산업측면에서도 공급과잉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려면 하이닉스-마이크론-인피니온간의 '삼각빅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1국1사'체제로 한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경쟁사끼리의 합병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도 "가능성이 있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아직까지는 '먼 얘기'"라고 말했다. 결국 반도체부문 구조조정은 금주중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공동으로 참여할 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서 큰 틀의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