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살 때입니다. 정 불안하다면 경기방어 내수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이사(43.기업분석실장)는 "바이 코리아"를 외친다. "경기가 바닥권을 지나고 있고 국내 증시는 악재에 둔감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온 이사는 철저한 펀더멘털 중시자이자 증권가에선 소수론자로 통한다. 종합주가지수 1,000선을 돌파하며 천정을 모르던 지난 99년 7월 "매도"의견을 내놔 "왕따"를 당했다. 그러나 2개월 뒤에 그의 예상대로 800선으로 떨어지자 주변으로부터 냉철한 시각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요즘 "주식을 사라"고 열을 올린다. -지금 증시가 바닥권이라고 보는가. "정확한 저점을 말하긴 어렵지만 각종 지표나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저점 언저리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국내 증시가 웬만한 악재를 대부분 소화내면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닥권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국내 경제의 키포인트인 수출이 4월부터 줄어들기 시작,7월 이후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미국 IT(정보기술)산업도 최악의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3년 만기 국고채 이자율이 9%대에서 현재 4.8%로 급락,채권에서 차익을 얻기는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저금리 정책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경우 이들 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황의 골이 좀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 아닌가. "주가는 경기보다 평균 6개월 정도 선행한다.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주가는 이미 한참 오른 뒤다. 실제로 지난 98년 9월 종합주가지수는 300선이었고 당시 누구도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론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이듬해 2월 일부 경기회복 시그널이 나타났을 때 주가는 이미 600대를 달리고 있었다. 분명한 건 경기가 비참할 때 오르기 시작한다는 대목이다" -경기회복 신호를 예상한다면 역으로 매수 시점도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최대 관건인 수출만 놓고 본다면 내년 4∼7월 중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 수출이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수출과 경기가 큰 연동성을 갖고 있다고 볼 때 회복의 한 징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 올 4·4분기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섞인 전망이 나올 쯤인 연말이나 내년 초 현재의 초저금리를 참지 못한 시중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에 앞서 지금부터 조금씩 주식을 사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불황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 아닌가. "물론 미국 시장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미국 동조화 현상은 약화될 것이다. 지난 91년 이후 10년 동안 4배 가량 올랐다가 조정을 받고 있는 미국 증시와 반토막이 난 한국 증시의 움직임은 다를 수밖에 없다. 90년대 초 40%에 달하던 대미 수출 의존도가 20%대로 떨어졌으며 이는 더 낮아질 것이다" -경기 측면 이외에 주식에 대한 매력은. "무엇보다 국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올해 추정이익 기준으로 거래소 상장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20배,일본 50배,대만 18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식을 산다면 어떤 종목이 좋을까. "경기 방어적인 내수주 중심에서 차츰 경기 민감주로 시야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블루칩에 먼저 관심을 둘 만하다. 경기회복이 나타날 경우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을 먼저 손대기 때문이다. 중소형주도 좋다고 본다. 그동안 이들 종목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매수했으나 최근 기관들의 매수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다. 그러나 IT종목은 적극적으로 매수하기에 아직 부담스럽다. 코스닥의 경우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먼저 눈여겨봐야 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