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흘러넘치는 자금이 국고채 등 안전자산에만 몰려 일부 채권에서는 투기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석달연속 콜금리를 내린 효과가 실물경기나 주식시장에는 기별조차 없고 국고채 예보채 등 일부 우량채권에만 유동성장세를 만들어내는 양상이다. 시장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일 사상 최저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테러사태 직전인 지난 11일 연 5.18%이던 것이 26일 4.65%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이 무려 53bp(0.53%포인트)에 이른다. 테러사태로 한국과 세계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될 것이란 예상에다 한은이 지난 19일 콜금리를 0.5%포인트나 내린 효과가 고스란히 국고채 금리에 반영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이 3%대도 버겁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기회복이 늦어질수록 투자 소비를 위한 자금수요가 부진해져 금리가 오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금리의 추가하락도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고채 시장의 호조와 달리 회사채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우량기업(AA-등급) 회사채는 수익률이 연 6.1%대로 국고채와 동반하락하고 있지만 신규발행이 미미해 금리지표로서는 의미가 없다. 반면 BBB등급 이하 회사채는 연 10% 이상의 고금리로도 발행이 어려워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발행액-상환액)이 6천1백93억원이던 것이 이달 1∼15일중엔 마이너스 4천9백61억원으로 역전됐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