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폭이 예상보다 넓었다. 종합지수는 일주일 전 자리로 뒷걸음쳤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경기 회복 불안감과 실적 경고에 흔들리며 사흘 내리 하락,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주에 대한 모건 스탠리의 경고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급락 소식에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올들어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낙폭을 키웠다.

6월 첫째날 증시에서는 급락에 따른 반등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말을 앞둔데다 5월 미국 고용동향 발표가 예정돼 있어 적극적인 거래참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승폭이 크지는 않으리라는 얘기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조정이 깊었지만 지난 4월 10일 이후 계속된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며 “시장 주도주군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매매 시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나스닥이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2,000선에서 강력하게 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장 막판 증권, 보험, 내수관련주 등에 대해 매수세가 몰렸고 기관이 일부 블루칩에 대해 매수 우위를 보인 점도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요일 오전에 발표될 5월중 수출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지수의 우하향 정도가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5월중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미국에선 신규실업수당 신청자건수와 5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 어제 =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1,454억1,000만원 어치를 팔아치워 금액 기준으로 올들어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식수로는 68만주였다.

외국인의 거친 매도세는 나스닥 기술주 약세와 반도체경기 침체 영향 외에도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 악화 예상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순이익은 지난 분기의 절반 수준인 6,000억원에 머물 전망이다.

외국인은 지난 25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나흘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날 기록한 1,179억원은 지난 4월 10일 1,326억원 이후 7주 중 최대 순매도 규모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그 동안 매수 우위를 지켜왔던 선물시장에서도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순매도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유욱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움직임만으로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수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향후 장세에 대한 전망을 강한 긍정에서 중립 쪽으로 옮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외국인이 콜옵션 5만여 계약을 매도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외국인이 나스닥 등 뉴욕 증시에 철저히 연동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당분간 선도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란 게 다수 의견이다.

나스닥지수가 주요 지지선인 2,000선 이하로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 조짐이 없는데다 2분기 기술기업의 실적 악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하기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유월 = 대부분 시장관계자들은 6월 장세에 대해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580~680의 박스권을 예상하고 있다.

이후 발표될 각종 경기지표와 2분기 기업 실적, 대우차 및 현대그룹사 구조조정 등에 따라 지수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6월에는 구조조정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구조조정 성과의 1차 수혜주인 금융주와 경기 회복을 주도할 내수대표주가 주도주로 부각되면서 600~630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580선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신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