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5년째 유학 중인 이현정(24)씨는 이번 추석엔 그다지 외롭지 않다.

석달 전에 만든 패밀리 커뮤니티를 통해 ''인터넷 귀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부산에 사는 어머니와 수시로 쪽지대화를 한다.

공부를 하다가도 어머니가 보낸 쪽지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잠시 수다를 떤다.

현정씨의 어머니는 "날마다 서너차례 딸과 쪽지를 주고받는다"면서 "며칠 전 현정이가 송편을 먹고 싶다고 얘기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밀리 커뮤니티를 통해 떨어져 사는 부모 형제 친인척들과 소식을 전하고 정을 나누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요즘 패밀리 커뮤니티 붐이 일고 있다.

지난달 남북이산가족이 만난 뒤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프리챌 싸이월드 등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날마다 수십개의 패밀리 커뮤니티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커뮤니티 전문업체인 프리챌(www.freechal.com)의 경우 지난 6월 ''e패밀리''라는 가족 커뮤니티를 보급하기 시작해 1백여일 만에 5천개를 돌파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이후엔 하루평균 1백여개의 가족 커뮤니티가 개설되고 있다.

''e패밀리''에는 게시판 가족앨범 가족캘린더 가족회의실 등이 있다.

회원끼리 쪽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운세 날씨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싸이월드(www.cyworld.com)에도 1천여개의 ''가족클럽''이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주부를 중심으로 ''가족클럽'' 개설이 부쩍 늘자 최근 커뮤니티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커뮤니티 제작 프로그램을 초보용과 전문가용으로 구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사이버타운(www.ctown.net) 제로투세븐(www.0to7.com) 이라이프(www.elifefamily.com) 등도 가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밀리 커뮤니티는 산업사회에서 붕괴된 가족공동체를 복원시켜줄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엔 대체로 부모형제와 친인척이 흩어져 추석과 같은 명절에나 잠깐 만날 뿐 사실상 남처럼 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가상공간에 ''가족사랑방'' 역할을 하는 패밀리 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커뮤니티에 접속,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얘기를 나누거나 떨어져 사는 가족의 최신 사진을 커뮤니티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닷컴은 ''사이버컬처21''이라는 인터넷문화운동의 일환으로 ''가족공동체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6월부터 패밀리 커뮤니티 보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