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난간에 탄력있는 밧줄을 고정시켜 놓고 다른 쪽 끝을 발목에 묶어 낙하하는 놀이를 번지 점프(Bungee Jump)라고 한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거의 바닥에 꽂힐 것같은 아찔한 순간,발목의 생명줄이 힘차게 당겨 올려 준다.

죽음의 코앞까지 가 보는 그 짜릿함이 매력 포인트다.

주식에서도 이런 짜릿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엔가에 반드시 바닥은 있다는 든든한 믿음이 있기에 공포가 오히려 사랑스럽다.

그래서 아무리 험악한 장도 두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장이 기다려진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바닥에서 눈썹 하나 차이로 기가 막힌 저점매수 실력을 발휘한다.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자신감도 막 솟는다.

문제는 한번 크게 엮일 때다.

"어어" 하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생전 겪어보지 못한 어이없는 상황 한번으로 결딴이 나 버리는 것이다.

번지 점프도 고무줄이 평소보다 더 늘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한번이 곧바로 죽음인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두 분의 노벨상 수상자에 빛나던 롱텀 캐피털(Long Term Capital)도 그렇게 망가졌다.

수년간 엄청난 돈을 벌어 준 그들의 수렴이론(Convergence Theory)이 딱 한번 먹히지 않는 순간,그게 끝이었다.

확률적으로 당연히 수렴해야 할 스프레드(Spread)가 한동안 오히려 더 발산한 게 화근이 됐다.

이게 아닌데. 하며 손을 놓고 있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내던지는 순간,단 몇 시간만에 수억달러를 뱉어내고 무너져 버렸다.

며칠만 더 버텼으면 됐을 것을 높은 레버리지(Leverage)로 인해 최악의 국면에서 포기하고 만 것이다.

늘어진 고무줄은 오므라들고 폭락한 주가는 반등한다.

또한 벌어진 스프레드는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 좋은 순간이 미처 오기도 전에 주저앉아 버리는 건 너무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을 풍자한 영어 표현이 바로 " You are dead right "다.

결국 네 말대로 되긴 다 됐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너는 죽고 없다는 뜻이다.

깡통을 차고 나니까 그제서야 오르더라는 말이다.

최근 양 시장의 폭락과 함께 거의 빈사상태에 이른 환자들이 많아졌다.

반토막 난 환자들은 오히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70%,80%가 깨진 환자들이 워낙 수두룩하니까.

바닥 확인 중이니 저점 인식 확산이니 하는 말들이 범인이다.

누구 마음대로 바닥인가?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저점매수에 임할 시기라는 엉터리 같은 얘기를 믿다가 당했다.

펀더멘털이 좋으므로 추격 매도를 자제하고 매수 관점에서 대응하란 말에 안심하고 물타기 하다가 체중만 잔뜩 불린 채 가라앉아 버렸다.

그렇게 당해 보고서도 아직도 저점매수인가?

종합주가지수가 277포인트까지 까무러칠 정도로 빠지던 기억을 그 새 잊었단 말인가?

언젠가 한번은 맞는다.

하지만 그 한번이 오기 전에 하나 뿐인 목숨이 다해 버리면 어떡하란 말인가?

돈도 돈이지만 그간의 마음 고생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상정해 보고 각각 대비책을 세우라.

그렇지 않으면 " You are dead right "가 될 수도 있다.

[ 김지민 한경머니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