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의 주식매도공세로 증시가 또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증시가 흔들리면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기관의 역할이지만 거꾸로
주식을 내다팔고 있으니 주가 앞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순매수를 유지하던 국내기관들은 4일 6백79억원, 5일
1천35억원, 6일 1천3백57억원, 8일 8백9억원 등 갈수록 순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투신 증권 은행 할것 없이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투신사는 고객들의 환매요구로 주식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미 환매요청을 받은 미매각 수익증권들도 그동안 누적된데다 주가전망
자체가 불투명해 투신사들은 지속적으로 주식보유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25개 국내은행의 보유주식은 장부가 (96년말) 기준으로 4조9천5백
79억원이었으나 싯가총액은 현재 1조6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주식보유비중은 20%이상 낮출 것이란게 증권계의 관측.

금액으로 따지면 3천5백억원이나 된다.

증권사들의 사정은 더욱 다급하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단기차입금 상환이 급해진 일부 증권사들은 손실폭에
상관없이 상품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는 실정이다.

국내 32개 증권사의 단기차입금은 10조5천2백21억원대에 달하고 속속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고장난 금융시스템이 정상화 될 때까지 2조1천3백81억원에 이르는
상품주식의 상당부분 처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